“대통령, 불교계에 사과 메시지 전달을”

  • 입력 2008년 9월 4일 02시 53분


한나라 “반발 해결못하면 임기내내 부담”

3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는 불교계의 반발을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 차원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 요구는 부수적인 문제다. 불교계 주장의 본질은 대통령의 인식전환이다. 대통령이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최고위원이 이런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다. 일부에선 “대통령이 사과 못할 이유가 뭐 있나. 국민 통합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니냐”라거나 “국민과의 대화에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면 사태가 악화된다. 명확하게 사과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내에선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자칫 불교계와 기독교계의 전면전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경우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내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퍼져 있다.

특히 ‘9월 금융위기설’과 지방 경기 악화로 비판적인 추석 여론이 조성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종교 갈등까지 겹칠 경우 ‘쇠고기 정국’에서 어렵사리 벗어난 이명박 정부가 국론분열이라는 덫에 걸려 앞으로 각종 개혁정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사태 해법에 대한 당청 간의 인식 차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청와대는 대통령 사과, 어 청장 퇴진, 종교차별방지법 제정, 조계사 내 촛불집회 수배자 면책 등 불교계의 네 가지 요구를 전부 들어주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선 대통령의 고유한 인사권 행사와 법치주의 확립 차원에서 어 청장의 즉각 퇴진과 수배자 면책은 안 된다는 얘기가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종교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는 양상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불교계의 요구가 합리적인 논의를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추석 전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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