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10년만의 완전한 자유’

  • 입력 2008년 9월 4일 02시 59분


황장엽(85·사진) 전 북한 조선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1997년 북한을 탈출한 지 10년 만에 진정한 자유를 찾게 됐다.

정부 당국자는 3일 “지난 10년 동안 황 전 비서는 이동과 연구 등의 자유를 일부 제약당했다”며 “새 정부는 그가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하고 집필과 강연, 친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황 전 비서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복수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그는 내년 4월 미국을 방문해 한 달 정도 체류하면서 각종 강연 활동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2월 한국에 온 황 전 비서는 처음에는 북한 실정에 대해 강연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대선에서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추진하면서 공개 강연과 연구 및 집필, 인물 접촉 등의 자유를 제한받기 시작했다. 물론 해외여행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황 전 비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10월 단수여권을 발급받아 관광비자로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긴 하지만 2006년 다시 미국을 방문하려 했을 때는 여권을 받지 못했다.

2004년 8월에는 한 해외 유명 방송사의 기자가 취재 약속을 하고 그를 방문했다가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공안요원들에 의해 제지를 받은 사건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신변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의 발언과 행동이 북한을 자극할까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부정적이었다. 지난해 4월 한 비공개 강연에서는 “김정일과 민족공조를 하지 않으면 전쟁이 난다고들 하는데 민족의 반역자와 무슨 공조냐”고 잘라 말했다.

황 전 비서와 가까운 한 인사는 “탈북 당시 김영삼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통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연구하고 후학을 가르치도록 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 약속이 지켜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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