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정권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 신건 씨는 정권이 바뀐 뒤 불법 도·감청 사건으로 구속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국정원이 야당 대선 주자였던 이명박 대통령의 부동산 자료를 열람해 정치사찰 의혹을 받았다. 당시 김만복 원장은 대선 전날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회담 기념 표지석을 전달하러 몰래 평양에 다녀온 뒤 북한 통일전선부장과의 대화록을 언론에 흘린 상식 밖의 처신으로 끝내 물러났다.
▷국정원은 요즘 직무 범위를 확대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휴대전화를 감청할 수 있도록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직무 범위에 산업기술 경제 환경 에너지 등 이른바 ‘신(新)안보’ 분야도 추가할 방침이다. 현행 국정원법 제3조는 국정원 직무를 국내 보안정보 수집, 국가기밀 보안업무, 내란과 외환 죄 및 반란 죄 수사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이 ‘권부의 부활 모색’이라고 비판하자 국정원은 어제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도 감청 허가기관(법원) 집행기관(수사기관) 협조기관(통신업체)의 역할과 법원의 허가 요건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정보기관들도 국익을 위해 경제정보 수집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신안보’ 분야를 업무에 추가하는 것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하지만 휴대전화 감청은 합법적이라고 해도 오·남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방지책을 단단히 세워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역대 정권의 국정원 개혁 실패는 한결같이 언행(言行) 불일치 때문이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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