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함유도탄이 탑재된 해군의 1만4000t급 대형 상륙함인 독도함 지휘소에서 긴급명령이 떨어졌다.
"모든 장병들은 월미도 상륙을 위해 돌격하라."
독도함과 4500t급 수송함인 향로봉호에 실려 있던 해병대 소속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 26대가 거센 물보라를 일으키며 월미도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하늘에서는 해상작전헬기 8대가 해병대원들이 탄 장갑차를 엄호했고, 낙하산을 타고 바다에 뛰어 내린 잠수부대원의 수중침투작전이 펼쳐졌다.
10여분 뒤 적의 방어선을 뚫고 장갑차들이 월미도에 무사히 접안하자 독도함에서는 상륙작전의 성공을 알리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환호성도 잠시, 독도함은 또 다른 명령을 하달했다.
"상륙군은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제2전투지역으로 이동하라."
1950년 6·25전쟁 발발 80일 만에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갔던 전세를 일거에 뒤집고 북진의 계기를 만든 인천상륙작전.
그 58주년 기념일(15일)을 앞둔 이날 인천 앞바다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인천시와 해병대사령부가 백척간두의 조국을 구하기 위해 산화한 전쟁 영웅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고 인천상륙작전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처음으로 상륙작전을 재연한 것.
"북한군이 상륙 작전을 저지하기 위해 무차별로 총탄을 뿜어댔지만 오직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월미도를 향해 온몸을 던졌지."
전쟁이 일어나자 자원입대해 국군 해병대에 배속돼 연합군과 함께 상륙작전에 참전했던 70대 노병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상륙작전에 참가한 공로로 받은 무공훈장을 가슴에 달고 재연행사를 지켜본 '9·15 인천상륙작전 참전용사회' 소속 회원들의 눈가에는 모두 이슬이 맺혔다.
김장열(76) 회장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은 초반에 수세에 몰렸지만 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전세가 역전돼 적화 야욕을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홍희 해병대사령관(중장)은 "당시 연합군은 온갖 악조건을 극복하고 상륙작전을 감행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운명을 되살리는 전환점을 마련했다"며 "3200여 명에 이르는 고귀한 영웅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가 끝난 뒤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는 6·25전쟁 참전용사와 시민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열렸다.
토마스 로덴 주한미해군사령관(준장)은 "오늘은 58년 전 261척의 함정과 7만5000여 명의 병력이 투입된 역사적인 상륙작전을 미국 의회가 승인한 날"이라며 "한미 양국의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더욱 증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프랑스가 노르망디상륙작전 기념일을 역사적 축제로 승화시켰듯이 우리도 앞으로 인천상륙작전 기념식을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행사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정부수립 및 건군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최근 인천상륙작전을 영화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