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3주전 첩보 입수… 사태 예의주시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9월 11일 02시 58분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이 1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이상설과 북한 정세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이 1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이상설과 북한 정세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中-프랑스 의료진 방북’ 등 美서 통보 받아

軍, 정찰기-감청장비 총동원 정보수집 강화


■ 정부 언제 알았나

청와대는 지난달 20일경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태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일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첩보를 지난달 20일경 입수해 그동안 면밀히 점검해 왔다”면서 “김 위원장이 북한 건국 60주년 9·9절 행사에 참석하는지를 주목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미국 측으로부터 받은 정보에는 △8월 중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의료진 3명이 무비자로 방북했으며 △8월 17일에는 프랑스의 뇌 신경외과 전문의가 방북해 귀국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한때 건강이상설의 주인공이 김 위원장이 아닌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씨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9·9절 행사에 불참하자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이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10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었다. 김성환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수석비서관회의와 별도로 이 대통령에게 관련 보고를 하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사태를 잘 주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신변에) 뭔가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전제한 뒤 “상황 진전에 맞춰 빈틈없는 준비와 대응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날 “현재 북한군의 특이 동향이나 이상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우리 군도 평소 수준의 대북감시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은 현재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con)’은 3단계, 대북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Defcon)’은 4단계로 평시 수준을 각각 유지하고 있다.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데프콘은 즉시 3단계로 격상된다.

한미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을 입증할 첩보 수집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이 운용하는 U-2 고공정찰기와 RC-135 정찰기, KH-11 정찰위성을 비롯해 우리 군의 전술 정찰기, 휴전선 일대에 배치된 감청장비 등 대북감시체계를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NYT “힐 차관보, 5일 방중때 金 건강문제 논의”

W P “北군부, 건강이상 틈타 핵복구 관철시켜”


북한 정권 수립 60주년인 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을 계기로 ‘건강이상설’이 급속히 확산되자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이를 긴급뉴스로 타전하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 언론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이 북핵 폐기 노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고, 일본 언론은 북한의 후계구도 전망 등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0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최근 북한이 핵 불능화 과정을 중단한 것은 (김 위원장의 건강악화 이후) 진행 중인 권력투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회의적이었던 군부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을 계기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했다는 것.

또 이 신문은 “김 위원장의 뇌중풍(뇌졸중)이 지난달 말에 발생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그 시기는 8월 14일”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5일 중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가 논의됐다. 하지만 힐 차관보는 김 위원장의 현재 상태나 그가 사망할 경우 발생할 상황 등에 대해 명확한 견해를 갖지 못한 채 돌아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북한이 권력이양을 준비하고 있다는 명확한 징후는 없다”고 덧붙였다.

폭스뉴스도 “지난주 힐 차관보가 긴급하게 중국을 방문한 것은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의논하려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 등 다른 언론도 김 위원장이 사망하거나 업무수행을 못하는 상태가 되면 북핵 폐기가 좌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사히신문은 10일 조간에서 김 위원장이 건국 60주년 기념식에 불참한 것은 물론 최근 1개월 가까이 모습을 감춰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석간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아서 브라운 전 동아시아부장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뇌경색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며, 병상에 누워있거나 사지가 마비돼 외출할 수 없는 상태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김 위원장이 중병에 걸린 징후가 있으며 지난달 중순 이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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