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례로 면역 생긴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병설은 남북관계와 한반도 주변 정세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중대 이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10일 주식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은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이날 코스피는 21.60포인트 하락해 출발했지만 오후 들어 반등해 10.48포인트(0.72%) 오른 1,464.98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80원 떨어진 1,095.50원에 장을 마쳐 1,090원대로 안정됐다. 전날 미국 뉴욕 증시가 급락한 것과 외국인의 채권만기일 등이 영향을 미친 반면 김 위원장의 중병설은 증시 변수에 끼지도 못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김 위원장의 중병설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긴 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 대형 북한 이슈가 터졌을 때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했다.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직후 열린 9일 종합주가지수는 0.78% 오른 채 마감됐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투자자들은 ‘북한 이슈의 영향이 제한적이다’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생기고 있다는 시각이다.
국내 증시의 규모가 커지고 투자자들도 과거보다 성숙해졌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오 파트장은 “과거에 북한과 관련된 대형 이슈들이 터졌을 때 호들갑을 떨었던 투자자들만 손해를 봤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이제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