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아태연구센터 소장 “金, 대타 내세워 권력 유지할듯”

  • 입력 2008년 9월 12일 02시 57분


“내부 투쟁 막으려 반대파 제거 나설 수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회복 정도와 관계없이 북한 권력체제는 스탈린 시대의 말기를 닮아갈 것으로 보인다.”

바실리 미헤예프(사진) 러시아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소장은 10일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이같이 전망했다. 미헤예프 소장은 1980년대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북한 전문가다.

―김 위원장의 회복 정도에 따라 북한체제가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더라도 의식이 있는 한 북한 내부를 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큰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작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권력투쟁설까지 제기됐다.

“북한 내부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북한에서 1인 독재자의 와병이 권력투쟁으로 이어진다는 가설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스탈린이 1945년 10월 뇌졸중 발작을 일으킨 이후의 러시아 상황에서 힌트를 얻는 것이 북한의 현실과 부합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말기의 스탈린처럼 내부 권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가.

“아버지 밑에서 20여 년간 정치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스탈린은 뇌졸중 발작 이후 두 달 반 동안 소치에서 요양하면서 ‘별장 통치’를 계속했다. 당시 스탈린은 뱌체슬라프 몰로토프를 권한대행으로 내세워 1945년 11월 7일 사회주의혁명 28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도록 시켰다. 그런 다음 세력균형을 위해 1948년 몰로토프의 부인을 체포하고 게오르기 말렌코프를 정치국원으로 영입했다. 또 말렌코프 세력이 커지자 이번에는 니키타 흐루쇼프를 당서기에 임명해 권력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했다. 사회주의 1인 지배자인 김 위원장도 이런 통치 스타일을 습득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와병을 틈타 권력 내부에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는가.

“김 위원장의 후계자가 아직 부상하지 않았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에게 도전할 만한 세력이 등장하지 않았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스탈린 말기처럼 분할통치를 강화하는 한편 권력투쟁을 막기 위해 최고 권한을 놓지 않고 반대자 제거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광기어린 숙청과 처형, 우발적인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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