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1일부터 12일 새벽까지 추가경정예산안 통과 문제로 진통을 거듭했다. 여야는 11일 추경안의 합의 통과를 시도했으나 의견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12일 0시를 넘긴 직후 예결위에서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어 소집한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해 12일 오전 2시까지 추경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1일 하루 종일 마라톤협상을 했으나 결국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 밤 ‘합의 실패’를 선언하고 예결위 표결에 불참했다. 선진당과 제3교섭단체를 구성했던 창조한국당도 예결위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빠진 예결위가 열리기 직전 회견을 자청해 “저런 당 사람들과 대화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당초 추경안 처리시한으로 정한 11일 오전 10시부터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의 핵심은 1조40억 원 규모의 에너지공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여부였다.
한나라당은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요금을 동결하면서 발생한 한전 및 가스공사의 손실 일부(1조 원 이상)를 공기업에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공기업 현금 보조는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양당 원내대표단이 협상을 하는 사이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선 여야 의원들이 유가보조금과 비료가격 안정지원금, 해외자원개발 지원금 등의 세부 항목을 깎거나 올리는 숫자 싸움을 계속했다.
그러나 협상은 민주당이 이날 오후 9시 대학생등록금 보조금과 노인층 틀니보조금 등을 포함한 2조9000억 원의 추경을 ‘추가로 책정하자’고 주장하면서 결렬됐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이 같은 요구를 거절했다. 새로 나온 추경 안을 처리하려면 해당 상임위 및 정부 부처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지만 물리적으로 그럴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은 “2009년 예산에 꼭 반영하겠다는 걸 서면으로 약속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부했다.
오후 11시경 홍준표 원내대표가 “본회의를 연다. 몸싸움은 없다”고 선언하면서 표결 절차를 시작했다. 의장 공관에 머물던 김형오 국회의장도 이 무렵 국회에 도착했다.
자정을 15분 남겨놓고 이사철 의원이 국회 기자회견장에 섰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막판 추가요구’는 예산 처리를 방해하기 위한 술수”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 구태의연하고도 비열한 정치적 술수”라고 비난했다.
2, 3분 뒤 민주당 박병석, 최인기 의원이 같은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민주당 예결특위 간사인 최 의원은 “한전처럼 엄청난 이익을 내는 공기업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을 막아 세금을 아끼려 했다”며 “서민 대학생 영세상인 농민을 비롯한 경제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 위해 성의 있게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날 예결위를 통과한 추경 예산에는 △저소득 서민 계층의 고유가 부담 완화 △지하철 철도 이용요금 보조금 △교통 혼잡 해소를 위한 도로 확충 △농어민 및 중소상인 지원 △해외 에너지 확보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