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후 감세 - 규제완화 드라이브 구상에 암초
洪원내대표 상처… “대안부재” 속 일단 유임될 듯
민주도 파행국회 부담… 추경안 이달 처리 가능성
한나라당의 추가경정예산안 강행 처리 시도로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추석 전 추경예산 처리에 실패하면서 무기력증을 노출한 ‘공룡 여당’은 원내 지도부의 진퇴 논란 등 큰 내홍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민주당이 추경 처리 시도를 ‘날치기’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하겠다는 태도여서 정국은 당분간 냉기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여당의 책임이 크지만 ‘11일까지 추경 처리’를 약속했던 민주당도 여론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 무기력한 여당의 헛발질
쇠고기 촛불정국이 마무리된 뒤 ‘대통령과의 대화’를 계기로 제2기 국정 드라이브를 걸려던 여권의 구상이 출발부터 큰 암초를 만났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추경예산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며 처리에 반대하자 ‘날치기’ 비난을 무릅쓰고 자유선진당 친박연대와 함께 강행처리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의원 정족수를 못 채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18대 국회 임기 시작 후 81일 만인 지난달 19일 간신히 원 구성을 끝낸 여당이 고유가 고물가로 고통 받는 서민들을 위해 첫 입법 작품으로 내놓으려 했던 추석 전 추경예산 처리가 원내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와 국회를 외면한 여당 의원들의 안이한 자세로 무산된 것은 ‘무늬만 172석’인 거대 여당의 현 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추석 이후 감세 및 규제완화 입법 등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을 주도해 나가야 하는 한나라당은 시작부터 헛발질을 하면서 여론의 비판과 야당의 공격 속에 두고두고 후유증에 시달릴 공산이 커졌다.
○ ‘시한부’ 원내지도부의 운명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가 ‘대안부재론’을 내세우며 원내 지도부의 유임을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홍 원내대표 체제는 당분간 ‘상처 입은 항해’를 계속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당내에선 5월 22일 출범한 홍준표 체제가 그리 오래가기 힘들 것이라는 시한부론이 우세하다. 한 당직자는 “홍 원내대표는 그동안 야당, 청와대, 당내 주류와 잇따른 갈등을 유발하며 어려운 입지를 자초해 왔다”며 “의원들이 원내대표단의 ‘여의도 잔류’ 지시를 무시한 것 자체가 이미 지도력에 치명상을 입힌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전쟁 중 장수를 바꾸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지배적이지만 원내대표단은 내년 5월까지의 1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2월 초 정기국회 종료 직후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 추석 이후 추경 처리 전망은
한나라당 지도부는 추석 이후 최대한 빨리 추경예산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협조가 없으면 자유선진당, 친박연대와 힘을 합쳐서라도 강행처리하겠다는 것.
그러나 민주당은 추경예산안 재논의와 관련해 쇠고기 파동과 국회 원 구성 때처럼 ‘파행 국회’로 이끌지는 않겠다는 생각이어서 추경안은 9월 안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액수 조절은 있겠지만 추경예산은 수혜자가 있는 만큼 처리를 마냥 늦출 수는 없다”면서 “추경을 원 구성 때처럼 볼모로 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민생 안정을 위한 추경 처리를 거부했다. 벼랑 끝에 서있는 민생경제를 만신창이로 만들겠다는 선전포고”라며 ‘민주당 책임론’을 적극 부각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민주당은 추석 연휴가 끝나면 한나라당의 추경예산 단독처리 무산 사건을 공기업 선진화, 언론장악 음모, 불교 탄압 논란과 연계해 본격적으로 물고 늘어진다는 생각이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