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국회에서 표결 처리가 무산(12일)된 4조 원대 추경예산안을 자유선진당의 도움을 얻어 이번 주 중 다시 표결에 부쳐 처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금주 중 처리’라는 의사일정에 합의해 준 바 없다며 반대하면서 대학등록금 보조금 등 민주당이 요구하는 예산액을 늘려달라고 주장해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된다.
○ 한나라당 “더는 좌고우면 없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은 15일 내부 협의를 통해 ‘이르면 17일에 다시 표결’이란 방침을 세웠다.
주호영 원내 수석부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7일 표결에 들어간다. 단, (홍준표 원내대표 거취를 결정하는) 16일 한나라당 의총 결과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권 원내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정에 협조할 뜻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17일에 꼭 처리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제3교섭단체의 주축인 자유선진당이 ‘추경안’에 이미 합의해준 만큼 ‘단독 처리’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17일 표결’ 구상을 위한 주변 여건이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17일 본회의 일정이 잡혀있지 않기 때문에 김형오 국회의장이 본회의 직권상정이라는 총대를 메는 결단이 필요하다.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민주당 설득작업을 충분히 한다면 19일쯤 김 의장이 결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선진당 역시 ‘17일은 너무 이르다’는 시각이다. 권선택 원내대표는 15일 통화에서 “11일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무조건 따라갈 수는 없다”고 했다. 선진당은 한나라당의 사과 및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당청 간의 ‘2인 3각’을 강조했고, MB노믹스를 위한 신속한 추경 처리를 강조했던 것과는 다른 기류다. “법안 처리는 국회 소관”라는 말 이외에는 뾰족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 민주당 “우리 몫 늘려 달라”
민주당은 추경안 해프닝을 ‘한나라당의 헛발질’로 규정하는 한편 추경예산 처리 무산을 계기로 민생예산을 더 받아내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민주당은 11일 밤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항목별 액수를 ‘원점부터’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예결특위 간사인 최인기 의원은 15일 “예결특위 소위를 통과한 추경안은 일방 처리된 것인 만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요구의 핵심은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을 막는 에너지 공기업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대학 등록금, 노년층을 위한 틀니 비용 및 경로당 난방비에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정세균 대표도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헛발질한 값을 치러야 한다. 다시 협상할 때는 민주당이 요구한 민생예산을 더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재성 대변인은 “김 국회의장실과 이상득 의원 주변에서 12일 새벽 표결 강행 과정에서 드러난 이 의원의 역할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며 ‘이상득 개입설’을 거론했다.
○ 힘 얻어가는 유임론
의총을 하루 앞둔 15일 한나라당 의원들은 홍준표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백화제방식 의견을 쏟아냈다. 성토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들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계속 열심히 임무를 수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형환 의원처럼 홍 원내대표의 유임을 지지하면서도 “돌출행동을 줄이는 변화를 보여 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15일 “우선 추경예산안 처리의 마무리까지는 맡아야 한다”는 식의 단기 역할론을 꺼냈다. 조해진 김용태 의원은 이날 당내 지도력 약화에 우려를 표시했다. 또 친이명박계 초선의원들이 16일 의총에서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토해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