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라는 말보다 연료전지를 입에 올리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질 겁니다. 여기가 바로 에너지 역사를 새로 쓰는 곳이죠.” 16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영일만항 산업단지의 포스코 연료전지공장. 조문흠(53) 공장장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연료전지’가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희망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연료전지발전은 공기나 바이오 가스에 들어 있는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 이 공장은 연간 50MW 규모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아시아 최초의 연료전지공장이다. 이달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이 공장의 생산제품은 연료전지발전소다. 연료전지라는 말 때문에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처럼 느껴지지만 소음이 거의 없고 친환경적인 발전기를 만든다. 용량에 따라 공장이나 아파트 단지 등에 다양하게 설치할 수 있다.》
세계 최대 포항 연료전지 공장 이달말 본격 가동
원자력-풍력-태양광발전도 집적단지 조성 추진
제품 생산기업 유치… ‘보급’ 넘어 ‘산업화’ 박차
공장 옆에는 시간당 1.2MW의 전기(보통 가정 1500가구 공급량)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발전소 2개가 가동 중이다. 발전소라면 으레 시끄럽게 돌아가는 기계 소리가 들릴 법하지만 고장난 것처럼 아무런 소리도 진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컨테이너 크기의 이 발전소는 석유를 이용한 같은 용량의 발전소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연간 1812t 절약해 숲 248ha를 가꾸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 앞서 가는 에너지 산업화
경북의 에너지 산업 전략은 포항제철의 ‘제철보국’에 이어 에너지로 나라의 앞날을 짊어지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포항의 연료전지 공장은 에너지 보국의 신호탄인 셈이다.
에너지 산업 전략은 이미 ‘보급’을 넘어 ‘산업’으로 진입하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에너지의 산업화는 아직 먼 미래지만 경북에서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경북도가 에너지 산업과 관련해 투자를 유치한 규모는 2조5000억 원. 전체 투자 유치의 30%에 이른다.
경북도와 상주시는 최근 웅진그룹이 상주 청리산업단지에 2012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해 ‘웅진 폴리실리콘’ 공장을 설립하는 양해각서를 맺게 하는 데 성공했다. 경북도지사가 앞장서고 투자유치팀이 필사적으로 유치에 나선 이유는 폴리실리콘 공장의 부가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발전에 쓰이는 핵심부품을 만드는 첫 단계 제품의 제조 공장이다. 상주 공장만 해도 당장 1000여 명의 고용창출이 예상된다.
포항시는 지난달 ㈜에너지소스와 폴리실리콘 공장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회사는 2011년까지 5000억 원을 투자해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일대에 폴리실리콘 및 태양광 모듈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 경주와 포항, 구미에는 에너지 산업화를 위한 풍력발전 및 이온전지 부품공장이 속속 들어올 예정이다.
태양에너지 전문가인 영남대 공대 정재학 교수는 “경북은 구미공단의 전자기술(IT) 산업의 기반이 좋기 때문에 IT업체들이 태양에너지 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미래 에너지 클러스터의 꿈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을 높이는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올해 들어서 발표했지만 동해안을 중심으로 한 경북의 미래 에너지 클러스터(집적단지)의 꿈은 200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경북 동해안을 미래 에너지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비전의 토대는 원자력 발전. 경북 동해안에는 전국 원전의 절반인 10기가 가동 중인 데다 추가 조성될 계획이어서 원전산업은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여곡절 끝에 경북 경주시 양북면으로 결정된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방폐장)도 경북 동해안을 원전 중심지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방폐장은 7월 말에 정부의 건설허가를 받아 현재 활발하게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방폐장 건설처 권태석(48) 토목부장은 “2010년 상반기에 1단계 공사를 마칠 계획”이라며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방폐장이 되도록 1mm도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동해안 428km가 포항제철 신화를 만든 영일만 기적, 한국 전자산업의 메카로 성장한 구미공단의 낙동강 기적에 이어 경북도는 미래 에너지 신화를 이룩할 꿈으로 부풀어 있다.
경북도 박성환 경제과학진흥본부장은 “독도 해역의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비롯해 동해안의 에너지 산업 자원은 한국 미래의 보배”라며 “경북 동해안을 따라 미래의 에너지가 흐르는 꿈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권혁수 책임연구원은 “경북의 에너지 산업 기반이 우수하므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낼 수 있는 실천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월드그린에너지포럼 내달 8∼11일 경주서 ▼
“지구촌 ‘에너지 VIP’ 대거 집결
기후변화 대처 ‘경주선언’ 채택”
경북도는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집적단지) 조성’을 선도하기 위해 10월 8∼11일 경주에서 ‘월드그린에너지포럼(WGEF) 2008’을 개최한다.
에너지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대규모 국제행사로 20개국 에너지 전문가 1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포럼에는 지식경제부와 환경부를 비롯해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에너지 전문기업인 대성그룹 등이 참여한다.
전문가들은 6대 그린(녹색)에너지인 △연료전지 △태양에너지 △풍력 △바이오 △가스하이드레이트 △원자력 분야로 나눠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에너지 개발과 정책에 관한 발표와 토론을 할 예정이다.
또 미국, 일본, 독일, 호주, 한국의 미래 에너지 정책과 외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업체의 기술 개발과 보급에 관한 사례 발표도 할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안토니오 플뤼거 에너지기술협력국장을 비롯해 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 스티브 소여 사무총장, 태양광 에너지 권위자인 미국 플로리다대 티머시 앤더슨 교수, 국제가스하이드레이트학회 피터 엥글레조스 회장, 애닐 케인 세계풍력에너지협회장 등이 대거 참가해 지구촌의 미래 에너지의 방향을 모색한다.
특히 이번 포럼에는 정부간 기후변화협의체(IPCC) 의장으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라젠드라 파차우리 의장이 참가한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에너지로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 책임 있는 정책을 주문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2년마다 이 포럼을 개최해 미래 에너지 산업을 이끄는 자치단체로서 위상을 높이는 한편 각국의 지자체와 연구기관, 기업 등과 협력 체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김관용(경북지사) WGEF 2008 조직위원장은 16일 “포럼을 마치고 각국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채택하는 ‘세계그린에너지선언(경주선언)’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한국의 위상을 지구촌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경북전략산업기획단 윤칠석 특수사업단장 ▼
“기업-대학-연구기관 삼각협력체제 막강”
경북도전략산업기획단 윤칠석(48·경제학 박사·사진) 특수사업지원단장은 “에너지 산업은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없으면 자치단체의 힘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미래 에너지 분야가 유망 성장산업으로 인식되면서 자치단체들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단장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원자력 산업이 경북만큼 확고한 곳이 없는 데다 포스텍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포항방사광가속기 등 연구기반 여건 또한 국내 최고 수준”이라며 “에너지 단지 조성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경주시의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건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양성자 가속기 설치 같은 3대 대형 국책사업과 원전 추가 건설계획은 경북 동해안의 미래 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기반을 탄탄하게 해주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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