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보다 물가안정… 큰 틀 바뀌는 ‘MB 노믹스’

  • 입력 2008년 9월 18일 02시 59분


고유가에 ‘월가 쇼크’ 등 대외환경 급변

환율 - 부동산정책 등 줄줄이 방향 수정

“녹색산업이 돌파구” 오늘 대통령주재 민관회의

“2007년 12월과 2008년 9월은 전혀 다르다.”

요즘 미국 월가(街)발 금융위기에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는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이 강조하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잇따르고 있는 각종 대내외적 변수로 지난해 대선에서 마련한 ‘MB노믹스’의 골간이 하나 둘씩 변형 수정되고 있는 데 대한 해명이다.

한마디로 경제정책의 수립 집행을 위한 환경이 1년도 안 돼 뒤바뀌었다는 것. 일각에서는 경제환경에 맞춰 정책을 탄력적으로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현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 성장정책은 당분간 보류

최근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수개월간 지속된 고유가 등 물가상승에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쳐지면서 수출 증대→경상수지 흑자→경제성장이라는 MB노믹스의 큰 그림은 한동안 유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반도 대운하 등 일부 MB노믹스의 핵심정책이 폐기되는 차원을 넘어 이명박 정부를 규정짓는 큰 틀의 경제기조 자체가 상당 부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 상황에서는 수출 증가보다 내수 회복을 통한 고용창출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본다”며 당분간 경제정책 기조를 물가관리와 민생회복 대책 마련을 통한 내수 진작 등에 집중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성장세를 토대로 그렸던 세부 정책도 수정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대선 때 제시한 연간 60만 개 일자리 창출 목표는 당초의 3분의 1 수준인 20만 개로 하향 조정됐다. 이마저도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361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5만9000명 늘었다. 이는 지난해 8월의 취업자 증가폭(29만3000명)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에 따라 2월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째 정부의 수정 목표치인 20만 개 일자리 창출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올해에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손대지 않겠다던 종합부동산세도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시장을 활성화하고 경기부양을 촉진하기 위해 개편할 움직임이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종부세는 조세원칙에 맞지 않거나 담세력(擔稅力)을 초과해 부과되는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19일 종부세 개선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 “대기업 투자 확대만이 활로”

이미 원안에서 퇴보했다는 평가가 많은 공기업 선진화 및 공공부문 개혁 프로그램도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더 나아가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한나라당과의 협의를 거쳐 이달 내로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주요 공기업에 대한 ‘3단계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렇다 보니 현 상황에서는 그나마 계획대로 추진 중인 규제 완화와 함께 대기업들의 투자 확대만이 한국 경제에 숨통을 트고 MB노믹스의 경착륙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말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내수회복의 핵심인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저탄소 녹색성장 등 ‘신 경제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가 돌파구”라고 말했다.

정부는 18일 이 대통령 주재로 대기업 회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투자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2차 민관합동회의’를 갖고 대대적인 투자확대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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