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시리아 대통령에도 축전… 건재 과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강 이상 속에서도 국내외에 전문(電文)을 보내며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는 이른바 ‘병상(病床) 전문 통치’를 본격화한 듯한 모습이다.
과거 옛 소련과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의 통치자도 집권 말기 와병 중일 때 상당한 기간 유사한 통치행태를 보이곤 했다. 병상에 누워 치료를 받으면서도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대내외에 전문을 보내고 이를 관영매체를 통해 선전하는 식의 방법을 쓴 것이다.
조선중앙방송은 19일 김 위원장이 북한 강원도인민병원 이동운 과장과 평양의학대학병원 신경과학 강좌 의료진, 은율군 금산포중학교 김원정 교장 등에게 감사(감사의 뜻)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김정일 동지께서 인민군대 원호사업과 사회와 집단을 위한 일에서 모범을 보인 일꾼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내셨다”며 일상적인 통치행위를 지속하고 있음을 선전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9일 정권 수립 60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하루 뒤인 10일 시리아 대통령에게, 14일에는 러시아 대통령에게 각각 생일축하 전문을 보내 국제사회를 향해 자신의 건재함을 보여주려 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지기 전인 2일에는 증조부의 53주기를 기념해 평양 만경대 묘에 화환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평양방송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이 전문을 보낼 대상과 내용을 직접 결정할 수도 있지만 그의 건강 상태가 나쁠 경우 비서들이 과거의 관례를 토대로 전문 통치를 대행하고 있을 수도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