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제 개혁은 이명박 정권의 대선공약이다. 종부세는 이중과세 금지원칙에 어긋나는 ‘징벌적 세금’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일관된 논리였다. 범죄를 저질러도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에 따라 두 번 처벌하지 않는데 비싼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재산세에 종부세까지 매기는 것은 조세정의(正義)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정작 정부가 종부세제 개혁안을 내놓자 서울 강남 지역구 의원과 비(非)강남 의원으로 나뉘어 중구난방(衆口難防)이다. 심지어 “1% 정당 되는 게 그렇게 좋으냐”라며, 좌파 정치세력이 자주 하는 ‘편 가르기’ 선동을 흉내 낸 의원도 있다. 종부세의 불합리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인기관리에 급급한 인상을 준다.
대통령과 함께 국정의 무한책임을 져야 할 여당의 정책토론은 야당과 달라야 한다. 이 정부는 출범 직후 ‘당정협의업무 운영규정’을 고쳐 분기별 1회로 돼 있던 고위당정협의회를 매월 1회로 늘렸다. 당정간 갈등으로 국정을 표류시킨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제도만 바뀌었을 뿐 한나라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체질과 의식은 ‘10년 야당’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와 엇나가는 것이 신선한 정치인 양 여기는 풍조마저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 총선이 끝난 지 5개월이다. 청와대는 집권 2년차의 입법기반을 다지고 경제 살리기, 민생 개선, 미래 선도, 선진화를 위해 시급하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45개 법안은 꼭 처리해 달라”고 한나라당에 요망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석이 과반수지만 지금처럼 지리멸렬해서는 입법 활동의 생산성을 높이기 어려워 보인다. 구심점도 없이 허구한 날 좌충우돌하는 모습으로는 싸움에 능한 야당에 끌려 다니느라 바쁠 것이다. 지도부와 의원들은 국민이 왜 좌파정권을 10년 만에 종식시키고 한나라당 정권을 만들어주었는지 인식부터 새롭게 하고,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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