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종부세 개편 先수용 後조정’ 가닥

  • 입력 2008년 9월 26일 03시 01분


한나라당은 25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정부가 제안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앞줄의 임태희 정책위의장(왼쪽)이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한나라당은 25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정부가 제안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앞줄의 임태희 정책위의장(왼쪽)이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의총 발언 17명 중 12명 찬성 - 5명 반대

사전 설문조사에서는 65%가 찬성 의견

소장파 반발 여전… 국회처리 불씨 될수도

《한나라당이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원안대로 수용하되 국회 논의과정에서 일부 수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종부세를 둘러싼 내홍(內訌)은 큰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편안에 반대하는 소장 개혁 그룹의 반발이 여전해 논란이 재연될 여지는 남아 있다.》

▽선(先)수용, 후(後)조정=한나라당은 2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종부세 개편안과 관련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당초 이날 의총에서는 개편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집중적인 성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론 정부안을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발언에 나선 17명 중 12명이 찬성(조건부 포함) 의견을, 5명이 반대 의견을 밝혔다. 23일 의총에서는 6명이 개편안에 반대했고 5명만 찬성했다.

24, 25일 실시한 의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62명 중 65%가량이 ‘매우 찬성’이나 ‘대체로 찬성’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주로 친이(親李·친이명박) 직계 의원들의 주도로 이뤄졌다.

조해진 의원은 “‘MB정부’의 중요 시책이 여론의 합리적 판단으로 제동이 걸린다면 재검토가 가능하겠지만 정책 전달 과정에서 정치적 반대 세력에 의해 그 실체가 왜곡, 과장된다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원안 수용을 주장했다.

백성운 의원도 “서울 강남에 30평형대 아파트를 사서 가만히 있었는데 가격이 올라 종부세 대상이 된다면 이게 바로 서민을 죽이는 세제(稅制)”라고 비판했다.

신지호 정옥임 현경병 의원 등도 시기 조절이나 세수 결손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정부안에 찬성했다.

친이 그룹에서도 정태근 권영진 의원은 반대 의견을 냈지만 절차상 문제 등에 무게를 뒀다. 김성식 현기환 안형환 의원은 더욱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또 이날 오전에는 개혁 성향의 초선 모임인 민본21 소속 의원 12명도 종부세 완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문제는 종부세를 완화하는 정도와 내용에서 의견이 달랐을 뿐”이라고 전했다.

의총을 앞두고 전날 박희태 대표, 홍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는 회동을 갖고 개편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 측은 “종부세 개선은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이라며 “징벌적 세금을 고치자는 것인데 타협이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은 29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론을 최종 결정한다.

▽향후 시나리오=이날 정부안 수용 기류가 힘을 받은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부자를 위해 감세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세금 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원안 상정을 우회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서 자칫 밀릴 경우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 처리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위기감도 반영돼 있다.

또 종부세 개편안의 경우 국회 심의라는 완충 장치가 있어 추후 변경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일단 원안대로 법안을 상정한다고 해도 야당과의 줄다리기를 통해 얼마든지 여론을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헌법재판소가 12월 초 종부세 가구별 합산 과세(부부 합산 과세)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그때 정부안을 수정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단 관계자는 “헌재가 만약 가구별 합산에 대해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게 되면 인별 합산만으로도 종부세 부과 기준을 9억 원으로 올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별 합산이 가능하다면 야당 의견을 받아들여 현행 6억 원 과세 기준을 유지해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가 가구별 합산에 대해 합헌 판정을 내리면 문제가 아주 복잡해진다.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에 서둘러 종부세를 개편하려 했다는 당내 비판이 제기돼 지도부가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