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전 孫대표와 회동 땐 이견만 노출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25일 회동은 4개월 전 이 대통령과 손학규 당시 통합민주당 대표와의 만남(5월 20일)과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회동 시간은 손 전 대표 때와 이번 회동이 각각 2시간과 1시간 55분으로 거의 같았지만 두 사람 간에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독대(獨對) 시간이 확연히 달랐다.
이 대통령은 손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는 만남 내내 배석자를 물리치지 않았으나, 정 대표와의 만남은 민주당 일행 도착 직후 서로 인사를 나눈 10여 분을 제외하고 대부분 단독 회동으로 진행됐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독대가 (예상보다 긴) 1시간 20분 이상 지속되기에 회담장에 들어갔더니 여전히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7개 항이 담긴 합의문이 채택된 것도 4개월 전과 달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관련 재협상 문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시점에 열렸던 손 전 대표와의 회동은 서로 이견만을 노출한 채 합의문 채택 등 가시적 성과 없이 끝났다.
회담 분위기도 크게 달랐다. 야당 대표가 주로 말하고 이 대통령이 듣는 것은 두 차례 회동에서 모두 비슷했으나 이 대통령과 손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는 신경전이 적지 않았다.
손 전 대표의 발언이 길어지자 이 대통령은 “나도 얘기 좀 하자”고 했으나 손 전 대표는 “쇠고기 문제, 교육, 서민, 북한 문제 얘기 다 한 뒤에 말씀하시라”며 말을 계속 이어가기도 했다. 반면에 이번 회동에서는 ‘실무협상’을 연상시킬 만큼 구체적 현안을 놓고 깊이 있게 대화가 오갔다는 것이 양 측의 설명이다.
이날 회동의 성과에 대해 청와대와 정치권에서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 간 소모적 정쟁을 지양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민생 경제 살리기가 정기국회의 화두라는 점을 여야가 확인하고 서로 상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회동이 정기국회 순항으로 연결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한 편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워낙 넓어 이번 회동에 대한 내부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데다 종합부동산세 개편, KBS 등 방송사 사장 인선에 대한 견해차 등 여야 대립을 촉발할 인화성 강한 이슈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