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강 국군]<상> 판문점 지키는 대표전사 JSA대대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9월 29일 02시 59분



10월 1일 건군 60주년을 맞는다. 25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남북군사회담장에서 북한군과 마주보고 있는 JSA 경비대대 대원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판문점=윤상호 기자
10월 1일 건군 60주년을 맞는다. 25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남북군사회담장에서 북한군과 마주보고 있는 JSA 경비대대 대원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판문점=윤상호 기자
《10월 1일 건군 60주년을 맞는 국군은 6·25전쟁 당시 낡은 소총으로 북한 전차에 맞서야 했던 뼈아픈 상처를 딛고 세계 9위권의 정예강군으로 성장했다. 이지스함과 F-15K 전투기 등 첨단무기로 무장한 국군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한편 세계평화 유지를 위한 각종 파병활동으로 세계인의 가슴에 ‘코리아’를 심고 있다. 본보는 건군 60주년 특별기획으로 국토 수호에 헌신하고 있는 육해공군의 주역들을 3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매일 총성없는 ‘눈빛 교전’… 최전선 수호 정예들

‘도끼만행’ 등 北 정전 위반 55년간 42만건

어떤 위기 상황도 ‘5분내 종료’ 목표로 훈련

기동타격대는 잠잘때도 전투복 - 전투화 착용


25일 낮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남북군사회담장.

가을을 재촉하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JSA 경비대대 대원들은 10여 m 앞의 군사분계선인 시멘트 턱을 넘어 북측 판문각에 시선을 고정한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북한 경비대원들도 매서운 눈초리로 남측을 쏘아보고 있었다.

양측이 치열한 ‘눈빛 교전’을 치르는 회담장 주변은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고, 방문객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만이 가끔 정적을 깼다.

일부 방문객이 뛰거나 손가락으로 북측을 가리키자 한 경비대원이 “우리 대원들을 긴장시키고 북측을 자극할 수 있다”며 급히 제지했다.

55년 전 6·25전쟁은 멈췄지만 남북 대치의 최전선인 JSA에서는 지금도 매일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총 250여 km의 군사분계선(MDL)에서 철책 없이 북한군과 직접 대치하는 장병들은 JSA 경비대원이 유일하다.

경비소대장인 서현태(육사 62기) 중위는 “‘최전선에서(In front of them all)’라는 부대 슬로건이 말해주듯 대원들은 조국 수호의 선봉에 선 ‘대표전사’라는 자부심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JSA 경비 및 지원임무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주한미군이 맡아 오다 2004년 주한미군 10대 임무 전환에 따라 한국군으로 넘어왔다.

같은 해 7월 1일 창설된 한국군 JSA 경비대대는 JSA를 오가는 유엔군사령부 관계자를 비롯해 하루 평균 500∼600여 명의 방문객을 경호하고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과 도발사태에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유지해 오고 있다. 북한이 55년간 저지른 정전협정 위반 사례는 42만 건에 달한다.

1976년 도끼만행사건을 비롯해 JSA에서 발생한 북한군 도발은 빠르면 몇 초, 늦어도 몇 분 안에 상황이 끝났다. 대원들이 어떤 위기 상황도 ‘5분 내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 모든 대원은 항상 실탄이 장전된 K-5 권총을 휴대하고 있으며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있다. 전 병력의 80% 이상이 늘 영내에 대기해야 하며 휴무일도 없다.

부(副)대대장인 박후성(육사 48기) 소령은 “JSA 외곽 초소에 배치된 기동타격대는 유사시 60초 안에 JSA에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잠을 잘 때도 전투복과 전투화를 착용한다”고 말했다.

JSA 경비대대원은 장교와 병사 모두 최고 수준의 체력과 사격술에다 건전한 국가관을 갖췄다. 적에게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기 위해 실전과 똑같은 고강도 전투 훈련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특히 이동하면서 실사격을 하는 ‘전투사격훈련’은 전 군에서 특전사와 JSA 경비대대만이 실시할 만큼 고난도 훈련이다.

또 JSA 내 교전에 대비한 근접건물 전투사격(CQB)과 악조건에서의 사격, 권총 사격, 중화기 사격 등 거의 매일 실탄 사격훈련을 한다. JSA 경비대대의 연간 사격훈련량은 약 93만 발로 일반 보병 수색대대의 4배 이상이라고 부대 측은 설명했다. 실전에서 적을 제압하기 위한 태권도와 격투술 연마도 빼놓을 수 없다.

경비소대의 전재국 상병은 “모든 JSA 대원은 실전에서 독자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한 ‘프로 전사’가 돼야 한다”며 “반드시 싸워 이긴다는 각오로 훈련과 임무 수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를 끝내고 부대 정문을 통과해 나오는데 위병소에 붙은 JSA 경비대대의 신조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조국의 심장을 지킨다’, ‘나는 위국헌신하는 정의로운 JSA 경비대대원이다’, ‘나는 맹훈련을 절대 신뢰한다’.


판문점=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代이어 나라 지키는건 군인의 최고영예”

JSA대대장 정해일 중령… 부친은 다대포간첩 섬멸 공군대령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장인 정해일(육사 46기) 중령이 25일 판문점 JSA 집무실에서 예비역 공군 대령이던 부친의 헬멧과 훈장을 꺼내들고 국가 수호 의지를 다지고 있다. 판문점=윤상호  기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장인 정해일(육사 46기) 중령이 25일 판문점 JSA 집무실에서 예비역 공군 대령이던 부친의 헬멧과 훈장을 꺼내들고 국가 수호 의지를 다지고 있다. 판문점=윤상호 기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장인 정해일(육사 46기) 중령의 집무실에는 조종사 헬멧과 인헌무공훈장이 담긴 유리상자가 있다.

헬멧과 훈장의 주인은 1983년 다대포 무장간첩 침투사건 당시 F-4 전투기를 몰고 간첩을 섬멸한 정덕진(1998년 작고) 예비역 공군 대령으로 정 중령의 부친. 정 중령은 3월 JSA 대대장으로 부임하면서 이를 집무실로 가져왔다.

유리상자 옆에는 정 중령이 생도 시절 현역으로 복무하던 부친과 함께 찍은 사진 액자가 놓여 있다.

정 중령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적을 격파할 수 있는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군인의 최고 영예”라고 말했다.

집무실 내 10여 개의 폐쇄회로(CC)TV 화면엔 판문각의 북한군 동향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그는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은 각각 JSA 내에 장교 5명과 병사 30명을 둘 수 있는데, 북측은 경비병들도 모두 김일성 군사종합대 출신의 최고 엘리트 장교”라고 설명했다. 비록 병 계급장을 달고 있지만 그들의 정체를 알기 때문에 더욱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는 것.

한반도의 최대 화약고를 지키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 그는 “JSA 경비대대의 특권”이라며 “국군의 대표 전사인 모든 대대원에게 건군 60주년의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고 말했다.

판문점=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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