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경제규제 80% ‘노터치’

  • 입력 2008년 10월 2일 03시 26분


규개위 철회결정 3.8%뿐

DJ때보다 규제 큰 폭 강화

노무현 정부에서 규제개혁위원회가 철회를 요구한 규제의 비중이 김대중 정부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 노무현 정부에서 규제가 대폭 강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경제 관련 규제에서 10건 중 8건은 원안대로 통과돼 규제 개혁이 헛구호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규제와 관련된 새 정책을 내놓을 때 사전에 규개위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1일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연도별 규제개혁백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시절 규개위가 심사한 규제(4518건) 가운데 철회 결정은 8.6%였지만 노무현 정부(5759건 심사) 때는 이 비중이 3.2%로 떨어졌다. 또 행정부가 제출한 원안대로 의결된 규제의 비중은 노무현 정부에서 73.9%로 김대중 정부(65.8%) 때보다 더 늘었다.

노무현 정부에서의 원안 의결 비중은 정권 초기였던 2003년 69.9%였지만 정권 말인 2007년에는 80.9%로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했다.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 관련 규제의 경우 김대중 정부 때는 철회 결정이 29.7%였지만 노무현 정부 때는 3.8%에 불과했다. 원안 통과 비중도 78.9%로 김대중 정부(63.2%) 때보다 증가했다.

실제로 이 기간 옛 재정경제부 소관 규제 288건 가운데 4건(1.4%)만 철회 결정을 받았고 91%는 통과됐다. 나머지는 규제 관련 내용을 수정하는 조건으로 통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기업에 대한 정부의 감독 강화나 옛 건설교통부의 분양가 상한제 등 정치적 판단이 요구되는 규제 등도 대거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전체 규제 건수도 증가했다. 2002년 말 규개위에 등록된 규제는 7724건이었지만 2006년 말에는 8084건으로 360건 늘었다.

2007년에는 5114건으로 다시 줄었지만 비슷한 규제를 한 개로 통합한 데 따른 것일 뿐 실제 내용에서는 변화가 없다는 게 진 의원 측 주장이다.

감사원이 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건교부 등 4개 부처의 규제 가운데 100건은 비용편익 분석도 구체적으로 하지 않은 채 정부안대로 의결됐다. 진 의원은 “노무현 정부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지향한다고 했지만 철학적으로 큰 정부를 지향했기 때문에 규제 개혁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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