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목장’ 사업 이미 추진중인데 ‘바다숲’에 또 100억 배정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 내년 예산안 허점 투성이

감사원이나 국회예산정책처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 사업들이 내년도 예산에 또다시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5일 동아일보가 감사원과 국회예산처의 보고서를 토대로 2009년 예산안을 점검한 결과 이미 절차 무시, 중복, 낭비성 등의 이유로 시정권고를 받았던 사업의 상당수가 내년 예산에도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국회 지적도 무시=환경부는 2004년부터 4조7000억 원을 들여 수도권의 공기 질을 개선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예산의 70% 정도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범으로 알려진 경유차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달거나 저공해 엔진으로 개조하는 데 투입됐다.

하지만 올해 1월 감사원은 “미세먼지는 경유차가 아닌 도로 위의 먼지가 주 원인”이라며 이 사업이 낭비성 정책임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대기개선대책의 예산은 올해 2380억 원에서 내년 1449억 원으로 크게 깎였다.

그러나 수도권 외 지방의 대기개선대책 예산은 오히려 108억 원에서 184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70% 정도는 여전히 경유차의 배출가스를 줄이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내년 예산에 100억 원이 배정된 ‘바다 숲’ 조성사업도 마찬가지. 이 사업의 취지는 바다 사막화를 막기 위해 마을 어장에 해조류를 이용한 바다 숲을 조성하겠다는 것. 그러나 정부는 이미 수산생물의 서식 환경을 마련해 주는 ‘바다 목장’(2839억 원) 조성사업과 ‘인공 어초’(9920억 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회예산처 관계자는 “바다목장과 인공어초 두 사업의 내용이 겹친다고 수차례 지적했는데 중복 투자를 바로잡기는커녕 비슷한 내용의 새 사업을 다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법 절차 위반 지적도=정부는 새만금 신항만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조사(30억 원) 및 설계(20억 원)를 위해 2009년 5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그러나 신항만 개발 총사업비(2조8000억 원)는 500억 원을 넘기 때문에 반드시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실효성을 검증받은 뒤 예산이 책정돼야 한다. 이 사업은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착공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정부가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국회예산처는 해마다 경기 군포, 파주의 복합화물터미널이나 하수 및 가축분뇨 폐기처리시설, 노인요양시설 등을 집행실적이 부진한 사업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들 시설은 지역주민의 혐오시설 기피로 설립지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국회예산처 관계자는 “예산부터 배정할 것이 아니라 정교한 사업예측을 해서 해당 연도에 꼭 필요한 예산만 책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적 저조 사업 다시 추진=정부는 내년에 대규모 농수산물 유통능력을 갖춘 시군유통회사를 설립하겠다며 66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직후 유통마진을 줄이기 위해 1700억 원을 들여 전국 20∼25곳에 설립하기로 한 거점산지유통센터와 큰 차이가 없는 사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협이나 수협을 많이 이용하는 농어민들이 유통센터 납품을 선호하지 않아 거점산지유통센터는 2006년 겨우 4곳만 문을 열었다. 이 가운데 3곳은 현재 1억∼13억 원의 적자를 보여 실패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회예산처 관계자는 “시군유통회사 역시 거점산지유통센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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