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리더십 - 일관되고 신속한 금융정책 집행
신뢰회복 - 환율 등 섣부른 시장 개입은 자제
호응동참 - 경제 살리기 국민 단합 노력해야
한국 경제가 또 한 번 외부의 도전에 직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환율과 주식시장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달러당 원화 환율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주가도 심리적 저지선이라던 1,500 선이 무너진 지 오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10%에 육박하고 있다.
실물 경기도 어렵다. 7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8월 산업생산(1.9% 증가), 서비스업(1.6% 증가), 설비투자(1.6% 증가) 등 실물 관련 주요 지표는 1%대 증가에 그쳤다. 한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도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년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은 대부분 1∼2%에 그칠 것”이라며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우리 기업의 수출량은 점점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과 기업들은 극심한 달러 가뭄에 시달리고 있고, 고(高)금리 속에 가계부채는 660조 원에 이른다. 주택가격 하락과 건설회사 부도에 따른 부동산발(發) 경제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국가의 모든 역량을 외부에서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데는 정부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 경제팀이 적어도 환율정책에선 시장의 신뢰를 상당히 잃은 것은 사실이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시장을 면밀히 지켜보되 섣불리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화 유동성이 가장 큰 문제지만 정부가 개입해서 해결될 상황은 아니다”라며 “은행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는 달리 가용 외환보유액 규모나 대외채무 등에 대해 최대한 정확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 조직 개편으로 경제부총리 직책이 없어지고, 금융정책이 기획재정부에서 금융위원회로 떨어져 나가면서 일관된 목소리로 신속하게 정책을 집행하는 경제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이런 정책 신뢰와 리더십 회복을 바탕으로 금융권과 기업에 ‘나만 살자’는 식의 달러 사재기 자제를 요구하고, 국민에게도 ‘금 모으기’를 하는 심정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동참할 것을 호소해야 한다는 것.
최근 상황을 외환위기 수준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많다. 예의주시하되 위기와 공포심을 부풀려서는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