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국감 의원들 모시기 이렇게까지…”

  • 입력 2008년 10월 9일 03시 00분


‘○○○ 의원 잎녹차 및 커피 안 좋아하심. 여쭤 보고 차 드릴 것….’

8일 서울대 대학본부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발견된 문건 중 일부다. 이 ‘음료수 접대 지침’에는 교과위 소속 국회의원의 명단, 사진과 함께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즐겨 마시는 차 종류와 분량 등이 소상히 적혀 있었다.

문서에 따르면 A 의원은 “시원한 음료를 사전에 ‘여쭤 보고’ 제공해야 하며, 커피는 하루에 한 잔 정도 믹스로 마신다”고 돼 있다. B 의원에 대해서는 “아침에 원두커피를 제공하되 각설탕 반 개나 한 개, 크림 조금을 넣어야 한다. 여쭤 보고 차 드리기”라는 주의사항이 적혀 있다.

C 의원은 아침에 커피(원두 또는 믹스), 오후 보이차(티백), 생수를 제공하도록 돼 있다. D 의원에 대해선 아침에 잎녹차, 음료는 보리차, 옥수수차 등을 내오도록 돼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미리 개별 의원들의 음료수 마시는 취향을 조사해 접대 지침으로 작성한 것. 이 문서를 만든 곳은 총장 비서실로 확인됐다. 비서실 직원은 “특정 음료에 알레르기 증상이 일어날 수 있는 VIP를 배려하기 위해 관례적으로 해온 업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다른 직원은 “아무리 국회의원이 ‘왕’이라지만, 대학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이날 국감은 피감기관인 서울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관련 발언으로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간 끝에 정회까지 가는 소동을 빚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