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메고 환경도시 현장체험
“직접 눈으로 보면서 체험하는 것도 좋은 공부이니 비용은 최소한으로 하고 직원들은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해보십시다.”
경북 포항시는 최근 열린 간부회의에서 ‘자린고비 해외연수’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공무원의 해외연수에 대한 주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는 대신 호응을 받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였다.
이렇게 해서 나온 아이디어가 ‘일본 규슈(九州)지역 실속 연수’. 도시계획과, 교통행정과, 녹지과 등 시설 관련 부서 직원 18명이 최소 비용으로 13일부터 4박 5일간 규슈의 후쿠오카 시와 기타큐슈 시에서 연수를 하는 내용이다.
포항시는 연말까지 매주 이 연수프로그램에 직원 200명이 참가하도록 할 예정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총 5800만 원.
연수의 원칙은 ‘저비용 고효율’로 직원 1인당 책정 예산은 29만 원이다. 교통비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은 줄일 수 있는 데까지 줄였다.
29만 원은 부산∼후쿠오카 왕복 여객선비 19만 원에 5일 동안의 점심식사비 5만 원, 현지 버스 임차료 5만 원 등이다. 포항에서 부산항까지 이동은 포항시 통근버스를 활용한다.
예산 가운데 가장 많은 여객선 비용의 경우 개인적으로 이용하면 왕복 25만 원이지만 단체 이용으로 할인 혜택을 받은 데다 “앞으로 계속 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점을 설득해 추가 할인을 받았다.
숙박은 호텔이나 모텔 대신 후쿠오카에 월세로 빌린 아파트 세 채를 이용하며, 아침과 저녁 식사는 포항에서 준비한 라면 등의 음식재료로 직접 만들어 먹도록 했다.
포항시는 이 아파트에 간단한 취사도구를 갖춰 놓았다. 아파트 월세는 한 채에 120만 원.
연수기간 중 이틀은 버스를 빌려 시청 등 공공기관을 방문하고 나머지 이틀은 배낭여행 방식으로 자유롭게 업무 관련 견학을 하도록 했다.
규슈지역은 도시계획이 잘돼 있고 환경과 사회복지 행정이 발달한 데다 한국에서 쉽게 갈 수 있어 연수 대상지로 선정됐다.
첫 번째 연수에 참가하는 환경위생과 김정희 자원화담당은 “제철산업이 있는 기타큐슈는 이전에는 ‘오염도시’로 알려졌는데 지금은 국제적인 환경도시로 탈바꿈했다고 해 무척 궁금하다”며 “틈틈이 공부했던 일본어도 사용해 보면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여행을 하고 싶다”며 기대했다.
연수를 마친 직원들은 간담회를 열어 행정에 반영할 부분에 대해 토론을 할 계획이다.
포항시는 이 연수프로그램이 직원들의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연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세 아파트를 구하러 갔던 박성대 후생복지담당은 “대구의 몇몇 구청에서 벌써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문의전화를 했다”며 “연수가 끝나면 성과를 분석해 더 나은 방식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