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석 사과거부, “내가 ‘개죽음’이라고 말한 까닭은…”

  • 입력 2008년 10월 16일 11시 32분


“유가족 요구한 글 삭제와 사과 거부
‘개죽음’표현, 정부의 전사자 홀대 꼬집은 것”

제 2 연평해전 전사자들이 ‘개죽음’을 당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강의석(22·서울대 법대) 씨는 16일 유가족들이 요구한 사과와 글 삭제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혔다.

강 씨는 “제 2연평해전 전사자들의 죽음은 분명히 보람 없는 죽음이며 희생자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대승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유가족들이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은 것은 이해하나 이 일은 그 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강 씨에 따르면 2002년 사건 당시 정부의 외교적 뒷수습은 물론 보상 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월드컵에 묻혀 얼렁뚱땅 넘어가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원해서 죽은 것도 아닌데 국가가 그들을 나 몰라라 했으니 역설적으로 ‘개죽음’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사건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도 하지 않았다. 정치인 중에 누구 하나 책임 진 사람 있었나. 보상은 또 어땠나”고 반문하고 “국방부에서는 안보 문제로 덮어 버리고 그야말로 죽은 사람들만 불쌍해져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해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가 교전이 발발한 것’이라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1999년 제 1차 연평해전과 2002년 제 2차 연평해전을 아우르는 말”이라며 “1999년 우리 측에서 NLL을 살짝 넘어갔다는 보도를 본 일이 있다. 북한이 이를 설욕하기 위해 2차 해전을 일으켰으니 남북한 한쪽에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군도 희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죽음’이라는 표현이 유가족에게는 언어폭력이 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유가족들이 저와 직접 얘기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서 말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언론을 통해서 법적 대응 의사를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 분들이 나서면 다른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 토론할 수 없게 돼 버린다”며 “슬픔에 젖어 안으로만 분노를 삭히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영상취재 : 동아닷컴 정영준 기자



▲영상취재 : 동아닷컴 서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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