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연 盧… ‘직불금 비공개’는 침묵

  • 입력 2008년 10월 24일 02시 56분


“저와 가까운 사람 샅샅이 뒤져” 정부 비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쌀 직불금 사건으로 감사원의 독립성 훼손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감사 요청은 국회도 할 수 있고 일반 시민도 할 수 있는데 대통령은 할 수 없다는 논리가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만든 토론사이트인 ‘민주주의 2.0’ 홈페이지에 ‘정책감사와 감사원의 독립’이란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대통령이 국정에 관한 통제업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정책감사를 통해 협력하는 게 독립성의 훼손이라는 것은 유치한 형식논리”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직불금 사태에 대한 생각을 직접 밝힌 것은 직불금 사건이 불거진 10일 이후 약 2주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그는 재임 시절 감사원으로부터 직불금 감사 내용을 사전보고 받은 것과,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하고 자료를 폐기하는 데 청와대가 영향력을 미쳤는지를 둘러싼 의혹에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에 대해 감사원이 독자적으로 감사 결과를 은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노 전 대통령은 또 “감사원이 공직자를 쫓아내기 위해 전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쑥밭을 만들더니 마침내 언론사 사장까지 쫓아냈다”며 현 정부와 각을 세웠다. 그는 “(감사원이) 권력의 칼이 됐다. 다른 사정기관들도 칼을 들고 나서기 시작했다. 저와 가까운 사람들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우리는 감사원의 정책감사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직불금 불법 수령자 명단 등 감사 결과를 자기 마음대로 덮어버린 ‘노무현식 마음대로 독재’를 지적한 것”이라며 “자신의 고교 후배를 세 단계나 뛰어넘어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나눠먹기식 인사’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국정조사 증인 출석 요구에 대해 “국회가 증인 채택을 하면 전직 대통령이라도 나와야 민주주의 원칙에 맞다”면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나가야 하는지 의문이다. 불러서 망신 주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김경수 비서관이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영상취재 : 동아일보 이훈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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