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14개부처, 10·4정상회담前 58개 의제 추진

  • 입력 2008년 10월 24일 02시 56분


경제분야만 최소 23조 예산 필요

SOC구축 11조 - 관광벨트 10조 소요 예상

콜센터 北이전 - 바다목장 등 주먹구구 추진

통일부 “최종합의된 사업 이행엔 14조 들어”

지난해 10·4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 각 부처는 최소 23조7879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 분야 사업계획 30개를 제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본보가 입수한 10·4 정상회담 예상 의제 자료에 따르면 정부 14개 부처는 당시 총 58개 의제와 사업계획을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 각 부처는 특히 평화(9개), 통일(19개)에 비해 경제(30개) 분야 관련 사업계획을 많이 제출해 북한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업 추진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이들 의제를 취합해 정부의 최종 협상안(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기본방향)을 만드는 데 기초 자료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 23일자 A2면 참조
“국보법 폐지 등 융통성 있게 대처”


▶본보 23일자 A2면 참조
10.4 정상회담때 추진한 ‘13개 목표’ 성과는

○ 10·4선언 추정 예산보다 9조4800여억 원 많아

당시 통일부와 문화관광부는 백두산∼개마고원∼원산∼금강산을 잇는 대규모 관광벨트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사업계획을 제출했다. 예상 소요 예산은 10조1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10·4선언에서는 백두산 관광을 실시하되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한다는 정도로만 합의됐으며 구체적인 예산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지원과 관련해 정보통신부는 북한 전역에 11조 원을 들여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프로젝트를 냈다. 5535억 원을 들여 남포항과 나진항을 개발하자는 등의 사업계획도 제출됐다.

통일부와 당시 산업자원부는 북한 함경남도 단천군을 자원개발특구로 지정해 1조1500억 원을 들여 북한 지하자원을 개발하는 안도 제시했다.

각 부처의 사업계획 중에는 소요 예산을 추산하지 않은 것도 많다. 따라서 이들 사업을 모두 추진할 경우 수십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게 된다.

한편 통일부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10·4선언의 합의사업을 이행하는 데 14조3000여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각 부처가 정상회담 이전에 제출한 사업계획들의 소요 예산을 합친 것보다 9조4800여억 원 적다. 이는 재정부담이 크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업계획은 최종 협상안에서 빠졌거나 정상회담 때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통일부는 10·4선언 합의사업 중 △SOC 개발 지원에 8조6700억 원 △자원 개발 5000억 원 △농업 협력 1230억 원 등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부처가 제출한 계획에 따르면 자원 개발 관련 의제의 소요 예산이 11조2920억 원이었다.

○ 눈에 띄는 사업들

면밀한 분석 없이 제안된 사업들이 적지 않았다.

당시 재정경제부는 남한 기업의 콜센터를 모두 북한으로 이전하는 안을 제시했다. 저렴한 북한 상담원 40만 명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지만 남북 간에 전화선을 연결하는 데 드는 예산과 민간 기업들의 의견은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재경부는 북한에 개성공단과 유사한 특구를 추가 개발하자고 제안했으나 추가 특구 개발에 적합한 지역과 생산성, 소요 예산에 대한 분석은 없었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서해 접경 연안에 남북이 공동 관리하는 ‘바다목장’을 조성하자고 했고, 재경부는 남북이 함께 제3국의 탄광 벌목 건설 분야에 진출하자는 안을 제출했다. 북한의 서해 서안만분지, 안주분지 등의 유전을 남북이 공동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영상취재: 동아일보 하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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