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역, 무분별 개발 신음 vs 동부지역, 규제로 개발 스톱
서부 수지-기흥구 교통난-환경문제 심각
동부 처인구 이중삼중 규제 묶여 낙후 여전
오염총량제 도입으로 개발 숨통 트였지만
경안천 수질개선 미달땐 또다른 발목 우려
경부고속도로 부산 쪽으로 가다 보면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부터 즐비한 고층아파트 단지는 용인시 경계를 넘어가면서도 계속된다. 경부고속도로를 좌우로 수지신도시와 죽전신도시가 맞붙어 있다.
신도시는 구갈지구, 신갈지구, 동백지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마치 성냥갑을 죽 세워 놓은 듯 빽빽하다. 용인시 서부에 해당하는 수지구와 기흥구는 그야말로 ‘신도시 공화국’이다.
반면 영동고속도로 용인나들목에서 국도 45호선을 타고 경안천을 따라 광주 방면으로 내려가면 변변한 공장조차 보이지 않는다. 양지나들목을 나와 국도 17호선을 타고 이천 방면으로 내려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끔 모텔이나 음식점, 축사와 비닐하우스, 창고 등이 어지럽게 눈에 띌 뿐이다. 용인 서부지역과는 대조적으로 아주 낙후된 동부지역 풍경이다.
○ 처인구, 개발 소외감 팽배
경기 용인시는 수지신도시가 들어선 후 불과 10여 년 만에 인구 82만 명의 대도시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어느 도시보다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돼 각종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신도시가 밀집한 수지구와 기흥구는 시 전체면적의 21%지만 인구는 전체의 74%를 차지한다. 반면 처인구는 79%의 면적을 갖고도 인구는 26%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용인 서부지역은 극심한 교통난과 녹지공간이 부족해 환경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반면 처인구는 주민들의 개발소외감, 재산권 행사 제한으로 불만이 팽배해 있다.
원인은 용인 동부지역을 지나 팔당상수원으로 흘러가는 경안천이다. 처인구의 경안천 일대가 각종 규제로 개발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인 데다 환경정책기본법상 팔당특별대책 1, 2권역으로 묶여 있다.
이로 인해 대기업 및 일반 중소기업 신증설은 물론 기존 공장의 확장도 못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보안필름 등을 만드는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의 A사는 연간 매출액이 100억 원이 넘는 중견 기업이다. A사는 최근 신상품 개발에 성공해 생산라인을 늘리기로 하고 1900m² 규모의 시설 증설에 나섰다.
그러나 상수원보호구역으로부터 상류 유하거리(하천의 중심선을 따라 물이 흘러 들어가는 방향으로 잰 거리) 10km 이내에는 기업이 들어설 수 없는 규제에 묶여 증설을 못하고 있다. 정작 각종 오폐수를 배출하는 축사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A사와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기업이 이동·남사면 일대에만 130여 개에 이른다.
처인구 모현면 120만 m² 규모의 전원신도시 개발도 수정법과 환경정책기본법에 발목이 잡혀 이중삼중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 ‘울며 겨자 먹기’식 오염총량제
용인시는 이 때문에 올해 4월 환경부와 오염총량제에 합의했다.
오염총량제는 팔당상수원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경안천의 목표 수질을 정하고, 이에 동의하면 그 대가로 각종 개발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2001년 검토에 들어간 지 7년 만에 타결을 본 것. 그동안은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5.7ppm인 경안천의 수질을 2011년까지 BOD 4.1ppm으로 낮춰야 한다. 이를 조건으로 개발 물량인 오염총량을 1일 1170kg(하루에 배출할 수 있는 오염물질 총량을 1170kg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받았다.
이로 인해 용인시는 2011년까지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모현면 전원신도시 개발사업과 명지대 앞 택지개발, 시청 앞 상업지역개발, 시내 노후주거지역 15곳 재개발 등이다.
하지만 이는 당초 용인시가 환경부에 원했던 오염총량보다 한참 후퇴한 것이다. 용인시가 계획했던 각종 개발계획의 30∼40%밖에 소화할 수 없는 물량이다.
더욱이 개발은 모두 공영사업에 몰려 있다 보니 이번에 포함되지 못한 주민들이나 개발 사업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시는 급한 대로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수질을 4.1ppm에 맞추기로 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염저감 방안이 현재까지는 하수종말처리장의 방류수질을 10ppm에서 5ppm으로 줄이고 하수관을 정비하는 방안 외에는 뚜렷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목표 수질을 정해준 환경부도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수질 저감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2011년까지 과연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그때 가서 또다시 개발에 발목이 잡힐까 봐 벌써부터 걱정이다”고 말했다.
○ 아직 먼 규제 완화
정부가 최근 수도권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중삼중의 규제를 받고 있는 용인시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자연보전권역 내 규제 완화로 용인시가 동부권에 계획 중인 대규모 관광지 조성 등 여러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오염총량제에 따른 개발 규모 제한 때문에 효과는 반쪽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동면 덕성리에 들어설 170만 m² 규모의 첫 산업단지도 2013년에나 완공될 예정이어서 당장 신증설을 원하는 기업들에는 ‘그림의 떡’이다.
이에 따라 용인시는 도시의 균형적인 발전과 30여 년간 낙후돼 온 처인 지역의 개발을 위해선 정부의 근본적인 규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용인=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서정석 용인시장 “규제 더 풀어야 동서 균형발전 가능▼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일단 획기적인 개선안이라고 평가한다. 수도권에 실질적인 규제 완화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수도권 내 기업 활동과 주민생활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불합리한 규제들이 당연히 해소돼야 한다. 내년 6월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해 법령 및 하위 지침을 개정한다고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지만 적극적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이번 방안이 용인시에 미칠 영향은….
“용인시는 동서 간 불균형 발전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다행히 이번 발표로 동부권 개발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지만 오염총량규제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여전히 어려움은 많다. 물론 오염총량제 실시로 과거보다 개발 규모가 확대된 부분이 있지만 실질적인 개발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 자연보전권역 내 공업용지 규모 제한도 그대로 남았다. 동서 균형발전과 계획개발을 위해서는 추가 완화 정책이 절실하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놓고 지방의 반발이 거센데….
“수도권 규제를 유지해야 지방이 잘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견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수도권 규제는 국내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기업 하기 좋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곳이 수도권이지 않은가?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려면 수도권 규제를 해소해 기업 활동을 장려하는 국내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에 바라는 점은….
“지금도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이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를 통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투자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이번 발표 때 제시한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이익의 지방 환원 문제는 재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용인=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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