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독자와 누리꾼들은 전화와 댓글을 통해 “나라 예산이 지역구 선심성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한나라당의 ‘나눠 먹기’식 구태를 꼬집었다.
그러나 정작 3일 한나라당과 국회의 분위기는 달랐다.
이날 하루 종일 기자에게 국회 보좌진과 당직자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들은 “제발 내가 e메일을 안 줬다고 이야기 좀 해 달라”고 통사정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보좌진과 당직자들이 본보에 e메일이 유출된 과정을 색출하기 위해 서로 의심하면서 확인하느라 부산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전문위원이 실수한 해프닝”이라고 해명하면서 “명분 없는 지역구 예산은 절대 반영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기자가 접촉한 대부분의 예결위원과 보좌진은 이번에 신청한 사업이 기획재정부에 전달돼 추가 예산안 편성 때 반영될 것으로 알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들에게선 지역구 선심성 예산을 신청한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었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매년 관례적으로 여당 예결위원의 지역구 예산 반영을 하고 있고, 더욱이 아직 예산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기사가 너무 크게 나간 것 아니냐”고 딴소리를 했다.
한 예결위원의 보좌진은 기자에게 “기사 때문에 신청한 지역구 예산을 받을 수 없게 될 것 같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들에겐 당 차원에서의 진상조사나 재발 방지 논의가 있기를 기대하는 국민은 안중에 없는 듯했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자료를 어떻게 간수했기에 대외비 문서가 새어 나갔느냐”는 것뿐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명한 예산 편성을 다짐하기보다는 보도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더 많은 것은 본말이 크게 전도된 것이다.
국회 예결특위는 3일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홈페이지와 e메일, 팩스, 우편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그 뒤편에선 지역구에 선심성 예산 밀어 넣기에 골몰한다면 국민의 혈세는 결국 ‘눈먼 돈’이 되지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
동정민 정치부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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