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로 유행어 만들어 낙인찍기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3시 03분


DJ-盧정부 실정빗대 ‘잃어버린 10년’

한나라당 선거부정 부각시켜 ‘차떼기’

‘또또또 탈당’ ‘국정혼란처(국정홍보처를 빗대)’ ‘이박제이(以朴制李)’ ‘오만의 축’ ‘혈세 먹는 하마’ ‘BBK는 ‘Billionaire, Bad, Kleptocracy(억만장자의 나쁜 금권 정치)’ ‘오대수(오늘만 대충 수습하는 사람)’….

각 당 대변인단이 내놓은 논평에 ‘억지춘향’ 식이라 할 만큼 작위적인 느낌이 드는 신조어(新造語)가 자주 포함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상대 당이나 상대 정치인에 대해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수식어를 붙여 그 속(프레임)에 상대를 가두는 일종의 정치 전략이다. ‘낙인찍기’나 다름없다.

한 번 각인된 이미지는 시간이 지나도 여간해선 바뀌지 않는다. 그 때문에 상대에 대한 ‘오명(汚名) 붙이기(name-calling)’는 예전부터 널리 사용돼 왔다.

대변인들은 사람들의 입에 쉽게 오르내릴 만한 신조어나 유행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일부 세력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파동 때 ‘미국산 쇠고기=미친 소’로 간단히 규정해 국민들의 인식을 왜곡하려고 했다.

한나라당은 549건의 논평 중에서 △국정실패 세력(42번) △국정 실패(37번) △잃어버린 10년(14번) △한 방 또는 한 방의 추억(9번) 등의 단어를 반복해 사용했다. 이를 통해 노무현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고 민주당의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는 게 한나라당의 자평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한 방의 추억’에 이어 ‘공작의 추억’ ‘헛방의 추억’ ‘헛방 잔치’ 등 패러디 신조어도 내놓았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후보에 대해서는 ‘삐끼 정치’ ‘새치기 정치’ ‘배신의 정치’ ‘짝퉁 대쪽’ 등이란 거친 표현도 사용했다.

민주당도 451건의 논평에서 한나라당에 대해 △차떼기 혹은 차떼기당(29번) △양극화(14번) △특권층(7번) 등을 통해 ‘한나라당=부자 정당’의 인상을 심으려고 애썼다. 민주당은 당직자들을 상대로 대여 공격 용어를 공모하고 있다. 채택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100만 원의 포상금을 주겠다고 약속할 정도다. ‘MBS 만들기’(방송정책) ‘강남시대’(부동산정책) ‘SKY(서울 고려대 영남)’(인사정책) ‘형님 전성시대’ ‘땡박 뉴스’ 등의 표현도 나왔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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