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당 2007년 8월~2008년 9월 논평 1000건 분석
한국 정치가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구조적 이유의 하나로 이전투구(泥田鬪狗)식 정쟁을 부추기는 각 정당의 논평이 꼽힌다.
여야가 각자 지향하는 철학과 정책을 옹호하고, 이와 관련해 상대 당을 건전하게 비판하는 것은 정당정치에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정당 논평이 논리적 설득력을 결여한 채 상대를 비합리적으로 매도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실정이다. 말로써 상대를 공격하는 것 외에 책임 있는 공당으로서의 깊은 상황 인식이나 품격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본보 취재팀이 지난해 8월 이후 발표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논평 1000건을 분석해 본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이 중 727건은 상대 정치세력을 겨냥한 비판 논평이었다. 단어별로는 의혹(256회) 공작(252회) 위장(200회) 거짓말(137회) 등 부정적 용어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였다. 미래(169회) 희망(114회) 꿈(60회) 등 긍정적 표현은 절반에 그쳤다. 그나마 △미래가 없다 △희망이 사라졌다 △꿈도 꾸지 말라 등 부정적인 내용의 문맥에서 사용됐다. 긍정적인 논평은 극히 적었다.
대변인 혹은 부대변인이 구조적으로 각 당의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대통령 선거의 주요 후보를 향해 “뻔뻔한 선전선동에 국민은 비웃음을 보낸다”거나 “구정물이 쏟아진다”는 표현을 쓴 것은 도를 넘는 인신공격이라는 지적이 많다.
여야의 지도부는 그동안 대변인들에게 상대 정치세력을 비하하는 자극적 논평을 주문하고 자신들은 대변인들이 벌이는 설전의 뒤편에서 퇴행적 논평의 재생산을 사실상 묵인 내지 방조해 온 측면이 있다. 논평 내용의 검증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중앙당을 두지 않는 미국엔 당 대변인이 없다. 일본 의원들도 원내대책위원장 및 간사장 등 핵심 지도부 이외에는 상대 비판에 열을 올리는 개별 의견은 자제하고 있다.
유권자들도 정치 논평의 개선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차분하고 설득력 있는 논평 대신 자극적인 표현에 ‘후련하다’고 느끼는 유권자가 많다면 각 정당은 정제되지 않은 논평을 계속 쏟아낼 것이다. 유권자들이 견제해야 정당도 각성하게 된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 논평분석 인터렉티브 그래픽 (닷컴온리) ▼
정당 논평에 쓰인 단어들의 빈도를 구하기 위해 조사와 어미를 분리하는 등의 데이터 클리닝 작업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내용분석 소프트웨어인 영남대 박한우 교수의 KrKwic, 텍스트 에디터인 울트라에디트(UltaEdit) 등의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독자들이 좀 더 상세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동아닷컴용 인터렉티브 그래픽을 별도로 제작했다. '정당 논평에 담긴 부정적 단어들의 사용 횟수' 그래픽의 경우 신문에선 '한나라당, 민주당, 정당 전체'의 3종류만 제공되나 동아닷컴에선 연도가 추가된 7종류의 그래픽을 원하는 대로 바꿔볼 수 있다. 정당 논평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 단어트리(word-tree) 형태의 검색도 함께 제공한다. 예를 들어 '차떼기'를 검색하면 이 단어 이후에 쓰인 문장이 나뭇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이 인터렉티브 그래픽들은 IBM의 매니아이즈(many eyes)라는 통계그래픽 기술을 사용한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10월에 개설한 비주얼라이제이션랩(vizlab.nytimes.com) 역시 이 기술을 사용한다.
그래픽에 링크된 매니아이즈 사이트를 방문하면 좀 더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으며, 공유하기(share this)를 이용해 내 사이트로 담아갈 수도 있다.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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