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완화 이견만 확인
“대한민국인지 수도민국인지 의구심을 가질 때가 많다. 지역 얘기를 들어줄 만한 아량은 있나.”(박성효 대전시장)
“지방에는 살지 말고 전부 수도권에 살자는 정책인가.”(박광태 광주시장)
10일 한나라당과 전국 16개 시도지사와의 정책협의회에서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에 대한 성난 지방의 민심이 그대로 전달됐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협의회에는 한나라당의 최고위원과 주요 당직자, 정책위원회 지도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임채민 지식경제부 제1차관, 박재완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 등 당-정-청이 총출동했다.
회의에선 비수도권 시도지사 13명이 거친 표현을 섞어가며 정부 정책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수도권 시도지사 3명은 이들을 설득하느라 애썼다.
정종환 해양부 장관의 지방발전 대책 발표에 이어 한만희 국토정책국장이 ‘수도권과 지방 상생발전을 위한 방안 보고’를 시작하자마자 정우택 충북지사는 “이미 다 나온 이야기를 뭐 하러 또 발표하느냐”고 제지하는 등 회의 초반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정 지사는 “당 지도부가 수도권 규제 철폐 방안을 막아주지 않으면 비수도권에서는 강력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수도권과 지방의 동반 발전이라고 표현했는데 동반 발전이라는 것은 자석으로 말하면 끌어당기는 힘이 비슷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도 “지방은 캄캄한 밤중이다. 제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며 정부 정책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당에서 전문가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수도권 규제 완화 효과를 실증적으로 검증해 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영국과 프랑스는 1980년대, 일본은 2000년대 이후 수도권 규제 완화를 철폐했다”며 “손목과 발목을 묶는 최소한의 규제는 풀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국가 발전을 위해 지방에 혜택과 지원을 늘려야지 수도권을 묶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비수도권 시도지사들의 반발을 듣고 “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방소득세나 소비세를 신설하는 안은 올해 예산안에는 반영하지 못했지만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27일 예정된 정부의 국토 동반발전 대책 발표에 오늘 지적된 사안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도 “수도권은 정말 불합리한 것만 개선해 주고 지방은 중앙 차원에서 과감하게 지원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며 지방 달래기에 나섰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