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심상정 대표는 12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한미FTA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결자해지가 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잘못됐다는 것을 정직하게 고백하라”며 이같이 요구했다.
그는 “외환보유고 세계 6위인 나라가 왜 금융위기에 사색이 돼 난리인지 아느냐.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나라가 감당하기 어려운 무분별한 개방을 했기 때문 아닌가”라고 다그친 뒤 “그런데도 여전히 한미FTA만이 살 길이냐”고 물었다.
그는 “경제위기로 공포에 떨고 있는 민초들은 노 전 대통령께 이명박 정권에 대한 재협상 ‘훈수’가 아니라 한미FTA에 대한 고해성사를 듣고 싶은 것”이라며 “금융세계화와 개방에 대한 인식의 한계에 대해 사과하고 스스로 한미FTA 폐기의 물꼬를 트라”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참여정부가 밀어붙였던 한미FTA의 명분은 국내 서비스산업의 육성과 질적 도약이었다”며 “제조업으로는 먹고살기 어려우니 선진국처럼 금융, 서비스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하고 그를 위해 미국의 선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 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던 ‘동북아 금융허브론’은 결국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미국금융자본의 탐욕에 편승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미국과의 FTA라는 ‘외부충격’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제도의 선진화는 결국 ‘투기와 거품’의 온상을 만들었던 위기의 주범이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정 노 전 대통령께서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위험을 느꼈다면 제조업을 경시하면서 금융허브를 발전 동력으로 삼고자했던 무모함을, 금융자유화를 제도선진화로 잘못 이해한 한미FTA의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심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재협상 불가피론’에 대해서도 “재협상이 아니라 폐기를 위한 준비여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오바마 시대에 한미FTA는 자동차협상의 종속변수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그러니 정부와 정치권이 한미FTA를 가지고 비준이니 재협상이니 엄한 데를 긁는 소모적 논란을 하지 말고 머지않아 요구될 자동차협상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는 일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 전대통령의 ‘한미FTA 한다고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데는 찬성할 수 없다’는 최근 발언과 관련해서도 “나프타식, 미국식 FTA가 신자유주의 전형이라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이야기”라며 “한미FTA를 밀어붙인 노전대통령에 맞서 ‘젖먹던 힘’까지 보태 맞섰던 한사람으로서 근거와 내용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FTA를 신자유주의라고 하는데 찬성하지 않는다’면서도 ‘제겐 감당하기 한참 벅찬 일’이라며 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전임 정권의 책임자가 가진 역사적 임무를 다하는 일이 아니다”며 “머지않은 기회에 꼭 토론의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