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7년차의 당시 천수이볜(陳水扁) 총통과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었다. 통역 한 사람만 배석했다.
천 총통의 초청으로 이뤄진 만남은 2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한국의 정치 상황, 인재 기용으로 이어지던 대화가 한국 검찰의 발전으로 옮겨진 무렵이었다. 천 총통이 대만 검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검찰이 내 주변을 부당하게 수사하려 한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김 전 총장은 “국가가 어려울 때일수록 심복이나 국가 지도자와 ‘코드’가 같은 사람이 아닌,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람이나 기구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에는 그런 노력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후 천 총통은 ‘대만식 대검 중앙수사부’인 최고법원검찰서 특별수사팀 설치를 승인했다.
그랬던 그가 12일 공금 횡령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것도 자신이 설치를 승인한 최고법원검찰서 특별수사팀에 의해서다.
김 전 총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작년 12월 대화를 돌이켜보면 천 전 총통은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던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총장은 2006년부터 대만 법무성의 초청으로 매년 한두 차례 대만을 방문해 법무성이 개최하는 세미나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첫해 세미나 주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었다. 김 전 총장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의 예를 들며 “어떤 경우에라도 사정(司正)이란 검찰 본연의 의무를 다해야 검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의 내용이 현지 언론에 보도되자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당 인사들은 김 전 총장을 찾아와 “살아 있는 권력을 단죄하는 한국이 부럽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김 전 총장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대검 차장으로 현직 대통령이던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등의 지휘 라인에 있었다. 2002년 대검 중수부장 때엔 당시 현직이던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를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