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도 2대2 의견 갈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12일 공청회를 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적절한 비준 시점에 대해 논의했다. 한나라당과 ‘선진과 창조의 모임’은 비준 시기를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민주당은 비준안 상정을 전제로 한 공청회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불참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야당이 아직 미국에서 거론되지도 않은 재협상을 계속 부풀려 오히려 재협상의 통로를 열어 주는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비준과 대책은 동시에 추진되는 것이지 ‘선(先)대책, 후(後)비준’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을 감안할 때 추가 협상이든 재협상이든 대비하는 것이 조기 비준보다 현실적”이라며 “우리나라의 농업보조금 규모도 미국의 80분의 1에 불과해 농업 대책이 부족하다”고 신중한 처리를 주장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과 적절한 비준 시점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서진교 무역투자정책실장은 “조기 비준은 미국의 추가 협의 요구를 사전 봉쇄하는 데 필요조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 정인교(경제학) 교수도 “한국이 FTA를 먼저 비준하는 것이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막는 수단이 된다”며 “미국도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국제 공조가 필요한 시기에 재협상 주장을 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속한 비준 처리에 찬성했다.
그러나 이화여대 최원목(법학) 교수는 “미국의 재협상 요구가 필연적이므로 별도의 양해각서 등을 통해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며 “우리가 먼저 비준하면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문을 스스로 봉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앙대 윤석원(산업경제학) 교수는 “현재대로 발효되면 60%의 중농 규모의 농민은 분해될 것”이라며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우리도 농업 부문에 대해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선 보완 대책’을 요구하는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보완책을 달라고 오늘 정식으로 요청했다”며 “한미 FTA는 여야 간에 합의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한미 FTA 처리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다가 갑자기 유화적인 자세로 나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17대 국회에서 심사한 것은 무효이고 18대 국회에서 새롭게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