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조성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한국 측은 경제적 부담이, 향후 국제사회의 신용을 잃게 될 북한은 정치적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측이 입을 경제적 손실은 정부와 민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정부는 개성공단 조성 등에 투자한 남북협력기금 등을 날릴 가능성이 크다.
13일 통일부가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등에게 제출한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04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국토지공사가 시행한 개성공단 내부기반시설 공사에 남북협력기금 1265억 원을 무상 지원했다.
정부는 또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위탁 경영하는 공단 내 종합지원센터와 기술교육센터 건설 공사(진행 중)에 각각 254억 원과 198억 원을 지원했다.
한전과 KT는 전력과 통신 설비공사에 각각 469억 원과 71억 원을 투자했다. 이 중 370억 원과 57억 원은 정부의 남북협력기금을 빌린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올해 9월 말 현재 입주기업 28곳에 760억 원을 대출해줬다. 공단이 멈춰 기업들이 손해를 보면 90%까지 손실보전을 해줘야 한다. 통일부의 ‘통일백서 2008’에 따르면 입주기업들은 지난해 말 현재 토지분양대금, 공장건립비, 시설투자비 등으로 36개 기업이 평균 52억 원을 투자했다.
이처럼 현재까지 파악된 정부 투자 및 대출액만도 모두 3000억 원에 이르고 입주기업들의 실제 투자는 제대로 파악되지 못한 경우가 많은 만큼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13일 현재 월 280만 달러로 추산되는 근로자들의 임금수입을 포기해야 한다. 북한은 지난해 1389만 달러를 개성공단을 통해 벌어들였다. 특히 한국에서의 쌀과 비료 지원 및 금강산 관광수입도 차단된 상태여서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면 앞으로 어떤 외국인투자가도 북한에 진출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직접적인 외화수입 감소보다도 국제적인 신용 하락이 주는 정치적 비용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역시 도산에 직면한 입주업체들의 반발과 함께 ‘안정적인 남북관계 관리’에 실패했다는 여론의 정치적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