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 뚜” 응답없는 北… 남북 핫라인 끝내 단절

  • 입력 2008년 11월 14일 03시 00분


南 살피는 북한군13일 공동경비구역 내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인민군 병사가 남측을 살펴보고 있다. 판문점=로이터 연합뉴스
南 살피는 북한군
13일 공동경비구역 내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인민군 병사가 남측을 살펴보고 있다. 판문점=로이터 연합뉴스
■ 전화 끊긴 판문점

7·4성명 등 고비마다 조율 창구 역할

특단의 대책 마땅찮아 ‘불통’ 길어질듯

북측, 경협-항공-해사 라인은 안 끊어

13일 오전 9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평화의 집에서 남측 연락관이 긴장된 표정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신호는 갔지만 북측 연락관은 끝내 대답이 없었다.

남북 연락관들은 매일 두 차례(오전 9시와 오후 5시) 전화선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통화를 해 왔다.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가 전날 오후 8시 41분경 “판문점을 경유한 북남 직통전화 통로를 단절한다”고 발표했지만 남측 당국자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역시 전화는 두절돼 있었다.

▽대북 소통 라인 찾기 분주한 하루=37년 동안 연결됐던 남북 연락관 사이의 직통전화가 끊어진 이날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과의 남은 소통 라인을 찾기 위해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통일부에 따르면 판문점을 통한 남북 당국 간 직통전화 라인은 모두 33개. 이 가운데 이날 두절된 것이 확인된 라인은 전날까지 상시적으로 연결돼 있던 연락관 통화용 5회선이다.

당국자들은 나머지 회선을 확인했다. 다행히 서울 김포공항과 평양 순안공항 사이의 항공관제를 위한 관제 통신망 2개 회선과 바다의 선박운항에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는 해사당국 간 2개 회선은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이날 개성공단 내 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를 통해서도 여전히 경협 사업 관련 협의나 의견 등을 전달하는 문건과 견본, 초청장 등을 보내왔다.

남북 당국 간 소통 단절이라는 상징적인 조치를 취했지만 항공과 해사, 경협 등 실무적인 소통 라인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

군 통신망도 차질 없이 연결됐다.

우리 측 군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 반 군 당국 간 라인을 이용해 전날 북한 군부의 군사분계선 육로통행 제한 조치에 대한 우리 측의 유감 표시와 군 통신망 보수를 위한 자재 및 설비 제공 의사를 전달했다.

▽판문점 직통전화는 남북대화의 역사=실무적인 소통 라인이 유지돼 있기는 하지만 판문점 연락관 직통전화의 단절은 역사적인 의미가 남다르다. 1971년 남북적십자 예비회담을 계기로 설치된 이 전화는 남북관계의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도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핫라인’이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던 1972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북측의 김영주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장 사이에 체결된 7·4남북공동성명도 이 직통전화를 통해 방문 일정을 조율해 탄생한 것이다.

이 전화는 2002년 6월 제2차 연평해전 등 위기상황에서 남북 간 갈등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올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부는 이 전화로 박왕자 씨 사망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현장조사 등 요구사항을 전달하려 했으나 북측이 거부했다.

북한은 판문점 적십자연락대표부를 폐쇄한다고 밝힌 상태이고 남북 간 긴장을 해소할 특단의 해법도 마땅치 않아 연락관 직통전화가 조만간 다시 연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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