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남측 대화 요구는 책임회피용 말장난”
“‘시료채취(sampling)’는 핵시설 불능화(비핵화 2단계)가 아닌 핵포기(핵폐기·비핵화 3단계) 단계에서나 논의할 수 있다.”
북한의 견해를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15일 북한 핵 검증의 최대 관건인 ‘시료채취’에 대한 북한의 견해를 재확인했다.
조선신보는 “불능화 단계는 핵포기 과정의 도입부에 불과하며 핵무기 문제 논의는 북한이 기존의 핵 계획을 포기한 다음의 의제”라고 주장했다. 이는 앞으로 북핵 6자 수석대표회동에서 채택될 검증의정서에 시료채취 문제는 포함될 수 없음을 밝힌 것이다.
핵 검증에 있어서 ‘시료채취’는 ‘과거사’를 낱낱이 밝혀내는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다. 핵물질의 시료를 채취해 반감기를 분석하면 나무의 나이테로 나이를 파악할 수 있듯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량을 정확히 확인해 낼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북한의 핵개발 의혹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핵 검증과 시료채취 문제에서 비롯됐다. 1993년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이후 북한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검증과 시료채취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시료채취 문제를 북-미 간의 ‘구두 양해사항’에 포함시키고 양국 간 합의문에는 ‘과학적 절차’라고 표현해 추후 협의에서 시료채취를 관철한다는 계산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로 볼 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검증의정서에 시료채취가 포함되지 않을 경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또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으면 회담 개최는 의미가 없다’는 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6자회담 연내 개최 가능성이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이명박 정부의 남북대화 재개 촉구에 대해 “북남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북남 대화가 이뤄지려면 우선 그에 필요한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