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곁상서 먹던 시대 지났다”

  • 입력 2008년 11월 17일 02시 50분


■ 中언론 G20회의 평가

“서방 국가들 4조위안 부양책에 놀라워해

美와 경제공생 ‘Chimerica’로 본상 올라”

“중국, 주요 8개국(G8) 곁상서 먹던 시대 지났다.”

중국청년보 등 중국 언론은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에 맞춰 세계 주요국 언론매체들이 중국을 평가한 내용을 종합해 소개하며 이 같은 제목을 달았다.

중국 언론은 미국 하버드대 경제사학자 닐 퍼거슨 교수가 제창한 ‘중미국(Chimerica)’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중국과 미국은 이미 단일 경제체제로서, 무역과 투자에서 번영과 손실을 동시에 보는 공생관계로 변모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은 또 “유에스에이투데이와 데일리텔레그래프 등 미국과 유럽의 언론들이 G20 회의에서 중국의 ‘구원자’ 역할을 크게 기대했다”며 “최근 발표한 4조 위안(약 800조 원)의 내수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천문학적인 규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G20 회의를 계기로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위상이 ‘곁상’에서 ‘본상’으로 옮겨졌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 중국은 이번 G20 회의에서 미국 위주로 돼 있는 기존 세계 금융시스템의 전면 개혁을 주장하면서 중국과 개발도상국의 이익을 당당히 요구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회의에서 “국제금융시스템은 공정하고 공평하며 포용성 있고 질서 있게 이뤄져야 한다”며 “국제사회는 (선진국의) 금융위기로 더 큰 피해를 본 개도국을 배려해 적극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 주석은 또 금융시스템 개혁은 △전면적이고 △균형에 맞춰 △점진적이며 △실효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4원칙을 제시한 뒤 개혁의 중점사항으로 △국제금융 관리감독 강화 △국제금융조직의 개혁 △지역 금융협력의 추진 △국제통화의 다원화를 주장했다. 앞으로는 세계 기축통화에 위안화도 넣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한편 중국 학자들은 “(일부 유럽 국가가 주창하는) 제2의 브레턴우즈 체제의 추진은 시기상조”라며 “달러 독주 체제 역시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 중국이 앞으로 상당 기간 미국과의 패권 다툼보다는 패권 공유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무대 뒤 ‘오바마의 힘’

대리인 보내 정상들과 의견교환… 부시 측도 결과 바로 알려줘

‘주도권은 이미 넘어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시카고 자택에 있었지만 실제로는 회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오바마 당선인은 그동안 “내년 1월 20일 취임 전까지는 공식 석상에 나타나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그는 15일 대리인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짐 리치 전 하원의원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공동 대처를 지지하며 취임 후 금융시스템 개선을 위해 G20 국가들과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실제 두 대리인은 G20 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물론이고 주요 당국자들과도 만나 글로벌 금융위기 해결책에 대해 논의했고 그 내용을 오바마 당선인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당선인이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대리인을 통해 각국 정상들과 의견 교환을 하는 등 정책 조율에 나선 셈이다.

또 조지 W 부시 행정부도 G20 회의 전 오바마 당선인 측과 세부적인 사항까지 논의했고 회의가 끝난 뒤에도 회의 결과를 오바마 당선인 측에 곧바로 알려줬다고 행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오바마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100일 만인 4월 30일 열리는 제2차 G20 정상회의가 그의 지도력에 대한 ‘혹독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李대통령, 오바마측과 첫 회동

올브라이트-리치 만나 “FTA 동맹관계서 다뤄야”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오후(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 측 대표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 인사인 짐 리치 전 하원 동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과 회동했다.

이 대통령이 오바마 당선인 측과 공식 회동한 것은 처음이다. 시카고에 머물고 있는 오바마 당선인은 G20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는 대신 두 사람을 대표로 워싱턴에 파견했다.

양측은 이날 회동에서 30분 정도에 걸쳐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방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변인은 오바마 당선인 측 요청에 따라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회동장 주변에서는 이 대통령은 상생, 공영과 ‘비핵·개방·3000 구상’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대북정책을 소상히 설명하고 오바마 당선인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미 간 직접대화가 이뤄지더라도 한미 양국이 굳건한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확실한 대북공조를 할 필요가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단순한 경제적 관점을 넘어 한미동맹의 큰 틀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회동 후 오바마 당선인의 참모를 다수 배출한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스트로브 탤벗 소장과 게리 세이모어 미 외교협회 부회장 등 이 연구소 측 인사 7명과 간담회를 갖고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연구소 측 인사들은 “북핵문제 해결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해 중요하다. 특히 (북핵 해결을 위해) 한미 간 공조가 긴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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