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플랜트 연계 패키지형 사업협력 합의
李대통령, 회담전 수행 경제사절단과 오찬
남미 자원시장 다양한 투자확대 전략 모색
이명박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19일 정상회담은 양국이 국제 금융위기 대처 과정에서 공조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또한 한국의 저탄소 녹색성장과 브라질의 풍부한 자원 개발사업을 결합한 다양한 분야의 경제·통상 협력체제를 강화키로 하는 등 세계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 속에 중남미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진출 문호를 확대한 회담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과 브라질은 영국과 함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의장단으로서 내년 4월 말 이전에 열리는 제2차 G20 금융정상회의 실무 준비작업을 맡고 있다. 양국은 선진국 중심의 세계 시장질서 재편 과정에서 보조를 맞추기로 하고 향후 국제금융시장에서 신흥국의 지분 확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브라질의 철광석, 우라늄 등 풍부한 광물자원과 한국의 전력, 철강, 석유화학 분야 등 플랜트 산업의 경쟁력을 연계한 패키지형 협력사업을 확대하고, 브라질의 심해유전과 한국의 첨단 조선산업, 브라질의 세계적인 바이오연료 기술과 한국의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개발을 묶어서 협력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브라질은 남미 최대 경제국으로 우리 기업들의 남미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들어 양국 간 교역규모는 640억 달러로 전년보다 64%나 급증했다. 또 브라질은 2030년까지 8개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1970년대부터 대체연료로 바이오에탄올 산업을 적극 육성해오고 있어 녹색성장을 지향하는 한국과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를 잇는 고속철 건설사업은 520km 구간에 소요 자본만 15조∼20조 원이 드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내년 2분기(4∼6월)에 입찰이 예정돼 있다. 일본과 유럽이 참여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지만 한-브라질의 보완적 경제구조를 활용하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우리는 자원 빈국, 인재 대국이고 브라질은 자원 대국인 만큼 서로 보완 협력할 수 있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룰라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고, 수교 50주년을 맞는 내년을 서로 ‘한국 방문의 해’ ‘브라질 방문의 해’로 정해 양국 간 인적·물적 교류를 확대하자는 이 대통령의 제안에도 적극 찬성했다.
한편 이에 앞서 18일(한국 시간 19일) 상파울루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 수행 경제사절단의 오찬간담회에서 조석래 전경련 회장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인들은 남미시장의 성장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다양한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서병기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브라질은 가솔린과 알코올 두 가지 연료를 같이 쓰도록 차를 개조해서 사용한다”며 “우리 기술로 알코올을 수입해 혼합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며, 알코올을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만 구축되면 (혼합연료의) 국내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용구 대림산업 회장은 “이제부터는 장기적인 전략으로 남미와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리아=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