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 선후 바뀌어 수도권 - 지방 싸움 변질
종부세 완화 정책
재정부안 발표 때까지 여당선 내용도 몰라
한미FTA 비준 시기
정부 의견수렴 없이 “연내 통과” 일방발의
지난달 30일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위원장 사공일)가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이 포함된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 직후 야당은 물론 여당 내 비수도권 의원과 소속 시도지사들이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여당 내에서는 “지방발전 종합대책을 먼저 발표해 비수도권 주민들을 달래놓고 수도권 규제를 풀었어야 했다”면서 “일의 우선순위가 헝클어지는 바람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다툼 구도가 돼버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당시 정부 일각에서는 지방발전 종합대책을 먼저 내놓고 수도권 규제 문제를 해결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수도권 규제 완화를 더는 미룰 수 없다”며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지도부에선 이런 내용을 발표 당일까지 잘 모르고 있었다. 발표 당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된 내용을 본 일부 당직자가 비수도권 주민을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을 고치자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당에서는 ‘규제 완화’라는 표현이 수도권에 특혜를 주는 것처럼 느껴질 것을 우려해 그 후 용어를 ‘수도권 규제합리화 방안’으로 통일했다.
여당 지도부에서 “정책 발표 때 정무적인 판단이 부족했다”고 하자 청와대 정무팀은 “우리도 발표 때까지 내용을 잘 몰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최근 주요 정책들을 둘러싼 당정 간의 조율과 정무적인 판단 부족으로 혼란이 가중됐다는 자성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종합부동산세 완화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등의 추진 과정을 보면 ‘정무적 판단 부족→당정 소통 부재→여당 내 혼선’이라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종부세 완화 정책의 경우 당초 예상보다 이른 9월경 기획재정부에서 들고 나왔다. 청와대와 여당 내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이 남아 있는 만큼 올해까지는 종부세를 현 체제로 유지하되 헌재 판결 후 종부세제를 고치자는 의견이 많았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치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재정부는 ‘정무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강만수 재정부 장관과 맹형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종부세 완화 시점 등을 놓고 청와대 회의에서 충돌하기도 했다는 게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재정부가 추진한 종부세 완화 방안에 대해 여당 지도부는 대부분 발표 시점까지 내용을 잘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혼란은 더 커졌다. 발표 당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시기와 절차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고 이후 당내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이 반대 의견을 내는 등 당론이 모아지지 않았다. 13일 헌법재판소의 종부세 일부 위헌 결정까지 겹쳐 정부 발표 이후 두 달 가까이 종부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기엔 결국 청와대와 한나라당 간의 소통 부재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규제완화나 종부세 개편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연내에 해결하고 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도 당정 간에 의견조율이 되지 않는 사례로 꼽힌다. 한 최고위원은 “비준안 처리시기에 대해 여당 내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의해 놓고 무조건 정기국회 때 통과시켜 달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