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FTA 지연은 反韓감정 아닌 자유무역 의회반발 탓”
李대통령 “퇴임후 방한을” 부시 “좋은 친구” 우호 과시
6자회담 재개, 美가 밀어붙이고 中이 北설득 맡아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는 22일(한국 시간 23일) 제16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 리마의 메리엇호텔에서 APEC 회의 직전 10여 분간 회담했다. 이어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15분가량 양자회담을 갖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개최 등 현안을 집중 논의했다.
▽MB-부시 고별회담, FTA 조기 비준 필요성 재확인=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후 4번째로, 8월 6일 한국에서 열린 3차 회담 이후 3개월 보름여 만에 열렸다.
두 정상이 7개월여 동안 4번이나 만난 것은 4월 1차 정상회담 때 합의한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가 그대로 실현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비준 필요성을 재확인한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 FTA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국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미 FTA가 반한(反韓)감정 때문이 아니라 자유무역에 대한 반발로 의회에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해명했다고 백악관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이 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말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취임 전) 교회 주차 봉사활동을 거론하면서 “어제도 내가 백악관에서 어린이들을 만났는데 ‘공직자의 자세가 뭐냐’고 묻기에 ‘겸손하고 대의명분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이 대통령의 예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 1월 퇴임하는 부시 대통령에게 “재임기간 한미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신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고,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우정과 협력에 감사한다”고 답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한국에 들러 달라”고 요청했고, 부시 대통령은 “좋은 친구로 만나게 돼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날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선진국과 신흥국들의 모임인 워싱턴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가 성과를 이뤄낸 것은 부시 대통령의 리더십 때문”이라고 치하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대북정책의 진정성과 일관성을 강조한 대목에서 “그게 바로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That's why I love you)”라고 말했다.
▽한미일 3국, 북핵·금융위기 공조 다짐=한미일 3국이 정상회담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6자회담을 내년 초 재개하기로 합의한 배경에 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중단된 북한 핵 검증 절차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도 6자회담 재개에 동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중국이 조만간 개최 일정을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이 공개된 점에 비춰 어느 정도 조율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6자회담 재개는 부시 정부 임기 내 성과를 내야 하는 미국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한국과 일본이 동조하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설득하는 물밑 역할은 중국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3국 정상은 이와 함께 3국 간 협력의 틀과 방식이 다양하게 발전되고 있음을 평가하고 6자회담과 APEC 등 다자 국제무대에서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리마=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