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식 대남기구 통해 압박…남북관계 경색 길어질 듯

  • 입력 2008년 11월 24일 03시 01분


찬성 95표 가결 21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에서 실시된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 결과가 회의장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결의안은 찬성 95표로 가결됐다. 한국이 결의안에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본부=연합뉴스
찬성 95표 가결 21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에서 실시된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 결과가 회의장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결의안은 찬성 95표로 가결됐다. 한국이 결의안에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본부=연합뉴스
■ 北 조평통 “남북 - 통일문제 협상 단절”

“李대통령 발언은 북침전쟁 선포… 단호 대처”

우선 개성공단 상주 준당국자 추방 가능성

북한의 대남 공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공동 제안국에 참여한 대북 유엔 인권결의안이 21일(현지 시간) 통과된 직후 북한은 공식적인 대남(對南)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를 통해 남한과의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미국 방문 때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통일하는 것이 최후 목표”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아 “이명박 패당과는 북남관계와 통일문제를 논할 추호의 여지도 없다”고 단언했다.

사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헌법에 입각한 것으로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흡수통일론’과 연결지으면서 ‘북침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식으로 공세를 폈다.

특히 북한이 조평통을 통해 이런 언급을 한 것은 심상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은 그간 이명박 대통령이나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할 때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4월 1일, 10월 16일) 등 언론매체를 활용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공식 대남기구인 조평통을 동원했다. 따라서 북한의 태도 전환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조평통이 “이미 선포한 대로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란 분석이 많다.

정부 당국자는 “그간 북한의 담화와 논평을 보면 ‘예의주시할 것’처럼 ‘미래형’으로 돼 있었는데 이번에는 ‘통일문제를 논할 추호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식의 ‘완료형’으로 돼 있다”며 “사안이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12일 김영철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전통문에서 “12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통과 엄격 제한조치”를 밝히며 “북남관계가 전면 차단이라는 중대기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북한 적십자회 대변인은 같은 날 판문점 남북직통전화 단절을 밝히면서 “북남관계의 운명은 남조선 보수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공언한 대로 단계적으로 대남 압박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차적인 타깃은 개성공단에 상주하는 준당국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남북경협시민연대’는 23일 북한이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와 한국토지공사 간부급 상근자를 1차적으로 추방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의 2단계 개발 계획이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이 이들을 필수 인원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규철 남북경협시민연대 대표는 “북측은 관리위와 토공 상근자를 준공무원 성격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 이후 금강산 지역에서 한국관광공사와 면회소 관련 인원들을 추방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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