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인 고승덕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존 정부 계획으로는 산은이 헐값에 팔릴 가능성이 높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산은개발펀드(KDF)도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 민영화 방식을 재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산은을 지주회사형 투자은행과 KDF로 분리한 뒤 지주회사를 민영화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국제 금융위기로 당초 정부가 예상한 20조 원 이상에 산은을 인수할 만한 곳을 찾기 어려운데다 예금수신 기능이 없는 은행은 제 값을 받기 힘들다고 판단해 방침을 바꾸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 날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마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하는 대통령 특별기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 관련법은 통과시키되 민영화 시기는 좀 늦추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지금 당장 민영화를 하면 값이 가장 쌀 때 헐값으로 파는 것과 같아 국부 유출이 될 수 있다"면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경제위기와 함께 상황 변경이 발생했는데도 기존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은 정부가 융통성 없는 정책을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산은을 수신 점포가 있는 다른 은행과 합병해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를 만든 뒤 민간에 파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산은 자산 일부와 민영화로 생기는 자금으로 KDF를 만들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재검토할 방침이다.
산은이 옛 LG카드 인수나 외화조달 등 정책금융 기능을 맡아왔는데 민영화로 중소기업 지원기능만 일부 남게 되면 정책의 손발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20021005|고기정기자 koh@donga.com>021005|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