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내놓은 대남 강경 조치를 ‘1차적’이라고 공언함에 따라 다음에 내놓을 대남 압박 카드가 주목된다.
▽개성공단 중단, 남북관계 전면 차단 수순?=전문가들은 북한이 2차적 조치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 3차적 조치로 ‘남북관계 전면 차단’이라는 ‘3단계 대남 공세 로드맵’을 설정했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남한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했고 21일 남한이 공동의장국으로 참여한 대북 유엔인권결의안이 채택되자 북측은 그간의 ‘엄포와 경고’를 ‘실행’으로 옮기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는 것이다.
국책기관의 한 전문가는 “북한의 1차적 조치가 예상외로 강력했다”며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화되거나 전환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다각적인 대남 압박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을 강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남측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존엄과 체제 유지를 위해 경제적 실익을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이를 김 위원장의 와병설로 동요됐던 체제를 결속하는 계기로 삼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 전문가는 “북한 내부에 ‘남측이 6·15와 10·4선언을 무시하고 남북관계를 대결구도로 몰아간다’는 여론이 득세하면서 북한 수뇌부는 개성공단과 남북 교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강경 군부세력이 대남공세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사도발 가능성은 없나=북한이 긴장 고조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군사도발을 할 가능성도 군 안팎에서 제기된다.
우선 노무현 정부 때부터 남북 공동어로구역의 설정을 빌미로 무력화를 끈질기게 주장해 온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군사적 충돌을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6월 22일 남북군사회담 북측 대변인이 “남측이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3통(통행 통신 통관)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에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담화를 발표했을 때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하기도 했다. 북한은 올해 6차례나 서해 NLL을 침범했다.
또 서해상으로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남북관계의 고비 때마다 긴장 고조를 노려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해왔고 조선노동당 창건기념일을 사흘 앞둔 지난달 7일에도 서해상으로 사거리 46km의 단거리 공대함(空對艦) 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이와 함께 휴전선 일대에서 긴장 고조를 노린 군사적 모험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같은 군사도발 시나리오는 내년 초 출범할 버락 오마바 미국 행정부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어 북측이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 철저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로 북-미 관계를 개선하고 대남 압박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운 북한이 미국을 섣불리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남한을 압박할 수 있는 ‘주요 카드’로 개성공단 중단을 집중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