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외교안보 긴급회의
북한이 24일 남측에 전달한 7개의 통지문 내용이 남북관계의 파국을 우려할 정도의 강경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는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부 당국자들은 “예상은 했지만 고정적인 달러박스인 개성관광까지 끊는 강수를 두고 나설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정부는 오후 2시부터 1시간 반 동안 청와대에서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재로 긴급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북한 측의 고강도 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견해를 정리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는 8월 북한의 금강산 남측 인원 추방 조치, 9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 정부 확인 등의 사안이 있었을 때 개최됐다.
이날 회의에는 이상희 국방부 장관, 김하중 통일부 장관,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조중표 국무총리실장, 권종락 외교통상부 제1차관, 맹형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또 이날 오후 5시 반경에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홍양호 통일부 차관 주재로 정부대책회의를 열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북한의 동향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상황, 북한 동향 등을 감안해 당초 26일 새벽으로 예정돼 있던 일정을 앞당겨 25일 밤 귀국한다.
축산농가 방문과 원주기업도시 기공식 참석을 위해 강원도를 방문한 한승수 국무총리는 서울로 돌아와 김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대면(對面) 보고를 받았다. 또 25일 국무회의를 제외한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상태에서는 남북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만큼 남북간 진전된 대화가 가능할 때까지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12일 언론사 논설실장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기다리는 것도 때로는 전략”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정부는 북한의 선(先) 태도 변화를 기다리고 있는 반면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