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아온 민주당 김민석(44) 최고위원이 ‘결백’ 주장에도 불구하고 24일 마침내 구속됐다. 이로써 검찰과 김 최고위원 간의 ‘진실게임’은 법정으로 옮겨지게 됐다.
이날 오후 5시 45분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구속영장이 집행돼 서울구치소로 떠나기 전까지도 김 최고위원은 무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취재진에게 “이제 시작이라 생각한다. 재판 과정에서 인내를 갖고 끝까지 진실을 밝혀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그간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짧게 답했으며,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나타낸 김 최고위원은 줄곧 초조한 표정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포토라인 앞에서 다소 굳은 표정으로 “오늘부터 진실을 밝히기 위한 새로운 시험이 시작됐다. 법원에 공정한 방어 기회를 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로 태도를 바꾼 이유에 대해 “특별한 심경의 변화는 없다”고 답했다. 법정에서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재판부에 자신의 유학 생활 등을 설명하다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불구속 수사와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최고위원은 대학 동기 박모 씨에게서 받은 2억 원은 빌린 돈이라며 차용증을 영장담당 판사에게 제출했으며, 사업가 문모 씨에게 받은 돈도 불법 정치자금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e메일 내용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한편 김 최고위원의 구속 사실이 알려지자 그간 김 최고위원에 대한 수사가 ‘표적 사정’이라고 주장해온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야당 탄압이 도를 넘었다. 그동안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협조할 것은 협조해 왔는데 이제 투쟁 일변도로 바뀔 수밖에 없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김 최고위원이 이미 법정 투쟁을 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대외적으로는 격한 반응을 자제했다.
또 김 최고위원 문제를 내년 예산안 통과 등 국회의 현안과 연계시킬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조심하는 분위기다.
최재성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는 김 최고위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당은 김 최고위원의 무죄를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안타깝고 스산한 날이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짧은 대변인 논평을 냈을 뿐 김 최고위원을 비난하는 것은 자제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젊은 동료 정치인이 정치자금 문제로 구속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의원들이 많다”며 “그러나 민주주의는 법과 질서로 지켜지는 만큼 민주당도 진실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