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강행, 융통성 없는 정책”

  • 입력 2008년 11월 25일 03시 00분


■ 李대통령 기내 간담회

“産銀헐값에 팔면 국부유출 될수 있어

선진국 문턱에서 잦은 장관교체 안돼

김정일 건강문제 말 안하는 것이 좋아”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끝낸 이명박 대통령은 23일(한국 시간 24일) 대통령 특별기 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북 대미 관계와 금융·실물 위기 극복 방안 등에 관해 상세히 설명했다.

기내 회의실에서 당초 예상을 훨씬 넘는 1시간 40여 분 동안 이어진 간담회 말미에 이 대통령은 7명의 기자대표단에 ‘맥주 한 잔’씩을 권하는 등 편안하고 솔직한 분위기에서 생각을 밝혔다.

▽“BIS 자기자본 의무비율 낮춰야”=이 대통령은 “은행들이 대통령의 거듭된 요청에도 기업 대출에 나서지 않는데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의 회계제도를 갖고는 금융기관이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때문에 생기는 문제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에) 제안하려 한다”고 말했다. 금융안정화포럼(FSF) 등을 통해 (BIS 비율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BIS 비율은 은행이 위험자산에 비해 자기자본을 얼마나 쌓아 놓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재무건전성 지표. 8%를 넘기면 되지만 BIS와 국제신용평가사들은 BIS 비율을 12% 이상 쌓도록 권고하고 있다.

▽“장관들 의견 같은 게 위험”=이 대통령은 연말·연초 개각설과 관련해 “장관 한 명 바꿔서 나라가 잘될 것 같으면 매일 바꾸겠지만 이제는 선진국 문턱에 가 있는 나라에 걸맞은 인사를 해야 한다”면서 “장관이 (해외에) 나가서 일하는데 바꾸라고 계속 보도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사람을 바꾸겠다 안 바꾸겠다는 전제를 갖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경제부총리제 부활론에 대해서도 “일사불란하지 않다고 하는데 민주주의가 일사불란하면 어떻게 하느냐. 장관들 의견이 달라야지 같은 게 위험하다”면서 “선진국에 부총리가 있는 곳을 봤느냐”고 되물었다.

▽“규제완화 계획대로 한다”=이 대통령은 “공기업 민영화라든가 이런 것을 언론이 왜 계획대로 안 하느냐 하는데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상황이 바뀌기 전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면 정부가 융통성 없는 정책을 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산업은행을 민영화한다 하면 결국 가장 값쌀 때 헐값으로 파는 것과 같아 국부 유출이 될 수 있다. 산업은행 관련법은 통과시키되 민영화 시기는 좀 늦추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기업 경영개선은 지금 해야 되고 차질 없이 할 것이다. 규제 완화나 경영 개선, 줄이고 합치고 하는 문제도 계획대로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신정부와 충분한 교류 이뤄질 것”=이 대통령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신정부가 직접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든, 또 어떤 조치를 취하든 한국과 사전에 충분한 교류와 합의하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6자회담과 관련해 “좀 진전이 있을 것”이라며 “진전 관계는 사전에 다 (한미 간에) 연결이 되고 하루하루 연락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문제는 미국도 우리도 중국도 그냥 말을 안 하는 것이 좋겠다. 국정을 돌보는 데 지장이 없는 정도인 것 같다는 정도다. 여러 가지 대비는 평소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 오바마에 시간을 줘야”=이 대통령은 “지금은 전대미문의 세계적 공황”이라며 “각국 정상들도 이렇게 정부정책이 불신 받는 시대는 처음 봤다고 한다. 정부가 어찌해도 주가가 떨어지고…, 고민들이 똑같더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오바마 당선인이 미 대통령에 취임한 뒤 선거공약과 우방과의 관계 등을 판단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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