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한나라 78% “연내 비준” 민주 88% “오바마 취임 뒤”
“재협상 요구 거부해야” 45% “자동차 양보를” 27%
▽한 치 양보 없는 여야=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찬반에 대해 의원 195명 중 87.7%(171명)는 찬성, 9.7%(19명)는 반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70%(35명)만 찬성 의사를 밝혀 10명 중 3명은 FTA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민주당에서 반대 의사를 밝힌 11명 중 7명은 호남이 지역구다.
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여야 의원의 절반(52.8%·103명)만 ‘이번 정기국회에 해야 한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내년 혹은 장기 과제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의원 중에서는 78.3%(101명)가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답해 FTA 자체에 찬성하는 비중(96.9%·125명)보다 낮았다.
민주당은 88%(44명)가 비준안 처리를 미국 버락 오바마 정권 출범 이후로 미루자고 했다.
정기국회 처리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재협상으로 가면 국익 손상’ ‘선(先)비준을 통해 한국의 의지 표명’ ‘미국의 불리한 요구 사전 차단’ 등의 이유를 들었다.
비준 연기론에 대한 배경으로는 ‘미국의 재협상 요구는 기정 사실’ ‘피해 부문 대책 부족’을 꼽았다.
비준 연기를 주장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비준을 늦추는 게 한미 동맹에 유리’ ‘비준안 논란으로 다른 현안 처리 표류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친박근혜계 의원이라는 점이 조사에서 확인됐다.
한나라당 의원만을 상대로 합의 없이 여당 단독 처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18.6%(24명)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63.6%(82명)가 ‘최대한 야당과 합의 처리를 시도한 뒤 여의치 않으면 강행 처리한다’고 답해 여당 의원 10명 중 8명은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한 재선 의원은 “172석의 거대 여당이 야당에 질질 끌려가고 있다”며 “FTA 연내 처리가 당론이라면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 같은 강행 불가피론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합의문이 수정될 것 같다’(한나라당 응답자의 38.2%)는 전망에 따른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협상 대응책 논란 일 듯=미국이 재협상이나 자동차 부문 추가 협상을 요청할 때 한국 측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전체의 △44.6%(87명)는 ‘거부해야 한다’고 답했고 △26.7%(52명)는 ‘자동차 분야를 양보해야 한다’ △10.7%(20명)는 ‘자동차 분야 대신 다른 분야를 양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의 48.1%(62명), 민주당의 26%(13명)가 ‘거부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동차를 양보해야 한다’는 응답은 한나라당의 27.9%(36명), 민주당의 32%(16명)였다.
민주당은 자동차를 양보하되 농업 등 다른 부문의 이해를 반영시키자는 견해가 상대적으로 많고 한나라당은 가급적 자동차를 희생시키면 안 된다는 의사가 많은 셈이다.
FTA 추가 보완 방안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금융 등 국제경쟁력이 약한 분야’(43.4%·56명)를 가장 많이 꼽았다. 농업대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8%(49명)로 뒤를 이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농업대책(30%·15명)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