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접촉’ 헌재 4억원 삭감
9월 부처별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공관 만찬에 초청했다. 각 부처의 ‘돈줄’을 틀어쥐고 있는 강 장관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기 위한 자리였다.
한 당국자는 27일 “강 장관이 평소 ‘외교부 예산편성 때 외교부의 군기를 잡겠다’고 별렀다는 얘기가 유 장관에게까지 보고됐다”고 전했다. 1990년대 초반 재무부 관료였던 강 장관이 사석에서 뉴욕총영사관 파견 근무 시절을 거론하며 외교부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공공연히 드러냈다는 것.
만찬에는 외교부 고위직이 다수 배석했다. 그러나 강 장관은 외교부의 예산 문제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외교부 예산은 전년보다 7.7% 증가했다. 정부 평균 증가율(11.9%)에는 못 미쳤지만 관가에서는 “강 장관에게 혼쭐이 났지만 예산이 조금이라도 증액된 게 다행”이란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외교부의 다른 당국자는 “순전히 ‘빛 좋은 개살구’”라고 손을 내저었다. 재외공관으로 나가는 비용은 모두 달러로 보내지기 때문에 1달러가 1000원에 가까웠던 전년에 비해 1달러가 1500원 선인 요즘 7.7% 증액은 재외공관 살림살이를 크게 줄이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는 것.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헌법재판소 예산을 4억1400만 원 삭감했다.
헌재 재판연구관 2, 3명이 사무실 하나를 공유하는 것을 1인 1실로 바꾸기 위한 사무실 재배치 공사 명목으로 10억5000만 원(3년분)의 예산을 책정했는데 이 중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
국회 일각에선 ‘괘씸죄’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회가 강 장관의 ‘헌재 접촉’ 발언 진상규명을 위해 만든 조사위원회의 출석 요구에 헌재 연구관들이 응하지 않은 것이 국회를 무시했다는 논란을 낳았기 때문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