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회장, 노건평씨 소개로 盧前대통령 만나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은 노건평 씨의 소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알게 돼 20여 년간 후원해 왔다.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이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88년 13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 노 전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천을 받아 부산 동구에 출마했을 때였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로부터 “동생의 선거자금으로 쓰려 한다”는 부탁을 받고 경남 김해시 한림면의 노 씨 명의 임야 9만 평을 4억5000만 원에 사줬다.
박 회장은 이와 관련해 “노 씨와는 김해에서 가끔 만나 술 한잔하는 사이다. 총선이 끝난 후 노 씨 소개로 노 전 대통령을 만나 ‘선거 때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다”고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박 회장은 이후 20여 년간 노 전 대통령의 정치 행보를 줄곧 뒷바라지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2002년 4월에는 노 씨 소유의 경남 거제시 구조라의 별장을 10억 원에 사주었다. 또 2003년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는 노 전 대통령 측에 7억 원의 불법 선거자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처벌을 받았다. 2006년에도 열린우리당 386세대 의원들에게 자신과 회사 임직원 명의로 총 1억여 원의 정치자금을 편법으로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살고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 택지도 박 회장의 측근 정모 씨에게 사들인 땅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정 씨 명의로 사들인 땅을 노 전 대통령에게 매매를 가장해 무상으로 준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회장에게는 지난 정권 내내 ‘대통령 측근’ ‘숨은 실세’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주변에 “나는 주로 해외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정치권의 도움을 받을 일이 없다. 노 대통령 형제와의 친분 때문에 동해펄프 인수나 에너지 사업 진출을 중도에 포기했다. 사업에 방해만 됐다”고 말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