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 업무 행태를 연일 강도 높게 질타하고 있다.
청와대가 부처에 휘둘리지 않고 부처를 압도해 나가야만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 대통령의 관료조직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28일 오전 확대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40여 명의 비서관에게 “부처에만 맡겨선 안 된다.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며 부처를 앞서 나가라”며 “부처가 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 보고하지 말고 정세까지 판단하는 등 청와대가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9일 정부 예산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통상 내년 4, 5월이나 돼야 돈이 풀리는데 그러면 효과를 낼 수 없다”면서 “예산이 통과된 다음 날부터 바로 집행할 수 있는 방안을 비서관들이 고민해 본 적이 있느냐”고 근무 자세를 질타했다.
그는 또 “대통령은 전 분야를 살펴보는 사람이고, 여러분은 기능별로 한 분야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사람인데 자신의 분야에 대해 대통령보다 모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수석비서관들의 문제점을 일일이 지적했다.
박병원 경제수석비서관에게는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반응하지 않는데 뭔가 잘못 파악하고 있거나 노력이 미흡한 것 아니냐”고 다그쳤고 김성환 외교안보수석비서관에 대해선 “주로 외교 쪽에 집중하는 것 같은데 안보 분야도 꼼꼼히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정동기 민정수석비서관,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등 다른 참석자들에게도 “회의할 때마다 같은 내용으로 현안 보고를 하는데 실제로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 “과연 청와대 직원들이 몸을 던져 일할 자세가 돼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등의 지적을 했다는 것.
한편 이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국회가 새해 예산안을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 주면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서라도 최대한 신중히 집행하겠다”며 “경기 진작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어느 때보다 타이밍과 속도가 중요하다. 실기하는 것이 정책의 실패보다 더 나쁘다”고 강조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